이명박정부가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신성장동력 17개를 선정했다. 지난주 발표한 녹색 뉴딜 사업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급속히 악화된 국내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단기 처방 측면이 컸다. 17개 신성장동력은 우리나라 중·장기 미래 먹거리를 결정할 핵심 과제다. 사실상 앞으로 ‘좋은 일자리’는 여기에서 대부분 만들어진다. 이명박정부 들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방송통신융합산업, IT융합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IT 분야를 신성장동력에 대거 포함시킨 것은 무척 다행스럽다.
정부는 신성장동력이 성공적으로 구현되면 이 분야에서 부가가치가 2018년 700조원, 신성장동력 수출액도 900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실제로 17개 신성장동력을 들여다보면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신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녹색 경제를 앞당기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분야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청정에너지산업에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를 투자,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초연구와 인력 양성 및 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혀 우리의 녹색 기술 개발이 그릇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방송통신융합산업 역시 IPTV, 와이브로로 대변되는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보급되면서 전 세계 방송·통신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2013년 모바일 비즈니스 최강국으로 만들겠다며 차세대 무선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약속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헬스케어(의료서비스), 글로벌 교육서비스, 녹색금융, 콘텐츠·소프트웨어, 관광·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국제행사) 등 서비스 분야 5개 품목도 눈에 띈다. 지식경제 시대로 넘어가면서 제조업보다 뛰어난 서비스 분야의 고용창출 및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감안하면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저렴한 가격과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고 병을 고쳐 귀국하게 되면 국부 창출은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다. 의료 분야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높은 의료기술을 보유하고도 법·제도적인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필리핀, 태국 등지보다 외국인 환자가 적다.
정부는 현재와 미래 시장 잠재력, 다른 산업과의 융합가능성·전후방 연관효과와 녹색성장 연관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신성장동력은 결국 다른 나라의 신성장동력이기도 하다. 신성장동력 역시 정부와 정부, 기업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오는 4월 발표할 액션플랜을 더욱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 확정한 신성장동력 가운데 일부를 빼면 선진국과 격차가 큰 게 현실이다. 앞서가려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국민들의 호응,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법·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신성장동력에 선정된 분야라도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록 성장잠재력이나 파급효과가 크다 하더라도 우리의 현 상황을 냉정히 살펴보고 포기하는 과감성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공계 기피나 산업현장 기피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방안도 내놔야 한다. 신성장동력은 결국 이를 수행할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