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네르바와 탄환이론](https://img.etnews.com/photonews/0901/090114055053_2069710396_b.jpg)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 하나로 ‘탄환이론’이 있다. 매스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추는 ‘탄환’처럼 수용자 대중에게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며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는 게 이 이론의 요지다. 1920∼1930년대 잡지, 라디오, 영화와 같이 새롭게 등장한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분석에서 나온 개념이다. 하지만 미디어를 접하는 수용자를 쉽게 설득당하고 조작당하는 수동적 존재로 여겨 요즘 언론 학계에는 단순하고 조악한 이론으로 통한다.
그런데 최근 이 탄환이론을 떠올리게 하는 소식이 발표됐다.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해온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외환 20억달러를 소진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2시 30분에 게재한 ‘정부의 달러 매수 금지조치’란 글 때문에 외환 시장에서 달러 매수 주문이 폭증했고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20억달러를 추가로 쓰게 됐다고 했다.
미네르바란 필명의 개인이 올린 글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될 20억달러의 국고가 손실됐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언론학적, 경제학적으로 의미 있는 사례를 얻은 셈이다. 매스미디어가 전달한 메시지가 아니라 개인이 인터넷이란 열린 공간에 올린 단 하나의 글이 많은 사람을 설득해 움직인,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개입해도 뜻대로 움직이기 힘든 외환시장을 인터넷 논객의 글 하나가 뒤흔든 사례다.
인터넷 논객의 글과 20억달러 손실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야 개인의 글 하나로 휘청이는 경제 시스템상 허점도 보완할 수 있다. 검찰이든 기획재정부든 당국은 인과관계를 꼭 입증해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는 더욱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윤건일기자·국제부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