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우공이산(愚公移山)이 그리운 까닭](https://img.etnews.com/photonews/0901/090114052628_531168025_b.jpg)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로 작년 한 해를 보냈더니 새해 벽두부터 국회가 쇠망치까지 동원해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미네르바 소동이다. 신출귀몰하게 정부정책을 비판하며 인터넷을 풍미했던 미네르바를 검찰이 찾아내 전격 구속했다. 검찰의 성급한 구속으로 미네르바는 유명 사이버 논객에서 졸지에 사이버 홍길동이 돼버렸다.
이번엔 IMF 망령이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법정관리 신청했다. 상하이자동차는 2004년 쌍용차 인수 때부터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 상하이자동차가 마침내 쌍용차를 포기해버렸다. 이 와중에 하이닉스는 9월까지 새 주인을 찾아 매각하겠다고 나섰다. 쌍용차와 하이닉스 처리 문제는 또 한번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문민정부 땐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참혹하게 붕괴됐다. IMF 구제금융이라는 치욕까지 맛보았다. 국민의정부 땐 눈물의 구조조정을 수없이 겪어야 했다. 노무현정부땐 온갖 권위가 파괴되는 것도 목도했다. 사상 유례가 없던 대통령 탄핵까지 겪어야 했다.
이명박정부 들어선 과거의 모든 망령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쌍용차는 그 사이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첫 인수자였던 대우마저 파산하자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 2004년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쌍용차를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선 ‘빼먹을 것 다 빼먹고 빈껍데기만 돌려주냐’며 야단이다. 하이닉스는 IMF 당시 정부가 주도했던 부실기업 정리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지금껏 새 주인 찾기에 실패했던 하이닉스가 과연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미네르바 소동은 추락된 권위의 한 단면일 뿐이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사람이 바뀌어도 똑같은 실책이 반복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대화와 타협보다는 논쟁과 전투만 난무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조급함과 과욕이 근원이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탓이요, 기초가 부실한 까닭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맥없이 무너진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기초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문제 역시 기본을 지키지 않은 조급증이 화근이다. 인수합병(M&A)의 기본 중 기본은 매각 대금이 아니라 사후 관리능력이다.
정상적인 경영자라면 인수자가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하물며 국민 세금을 쏟아부은 부실기업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정부와 채권단은 당장의 성과에 연연해 쌍용차 인수자의 경영능력을 살피는 데 소홀히 했다. 현대반도체와 LG반도체 합병 역시 마찬가지다. LG반도체를 현대반도체에 매각하도록 한 정부의 조치를 두고 여론은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다급함에 현대반도체의 경영 능력에 눈감아 버렸다. 결국 현대가 무너지고 하이닉스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것도 다수 여당의 조급증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 야당이 기를 쓰고 반대하는 법안들을 한꺼번에 통과시켜려 과욕을 부렸다. 선택과 집중이 없는 조급함이 전쟁을 일으켰고 결국 법안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미네르바 사태도 과욕 때문이다. 검찰의 말마따나 뛰어난 전문가가 아니라면 자연히 사그라질 인물이었다. 한두 번 용케 예측이 맞았다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논란이 일어날 줄 뻔히 알면서 왜 서둘러 찾아내 구속부터 해야 했을까.
우공이산(愚公移山)이 그립다. 기본과 기초부터 지키고 다지며 황소걸음하는 모습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