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을 넓은 면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 개발은 휘는 디스플레이나 웨어러블 컴퓨터 실현에 한발 더 다가선 쾌거로 평가된다.
홍병희 성균관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화학과)와 최재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박사팀은 반도체 공정에 적용 가능한 지름 10㎝ 크기의 대면적 그래핀 합성기술과 이를 이용해 회로 등을 구성하는 패터닝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네이처는 자체 보도자료에서 “연구진이 만든 센티미터 수준의 그래핀 필름은 지금까지 제작된 어떤 그래핀보다 기계적·전기적 성질이 우수하다”며 “웨어러블 컴퓨터 같은 플렉시블 전자소자 가능성을 앞당겼다”고 평가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돼 있어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이면서도 구조적·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며, 뛰어난 전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현재 반도체에서 사용되는 단결정 실리콘보다 전자를 100배 이상 빠르게 이동시키고 구리보다도 100배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어 기존 기술을 대체할 차세대 트랜지스터 및 전극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핀을 넓은 면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이를 전자소자나 디스플레이 등에 응용하는 데 제약을 받아왔다.
연구진은 얇은 니켈 평면 촉매 위에 탄소 원자를 증착시키는 화학증기증착법(CVD)을 이용해 그래핀을 넓은 면적으로 성장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완성된 그래핀은 현재 사용하는 투명전극인 산화인듐주석(ITO)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접거나 잡아당겨도 전기적 특성이 거의 변하지 않아 신축성 전극과 대용량 트랜지스터 배열 등에 적용될 수 있다.
홍 교수는 “니켈 평면 촉매를 더 넓게 만들면 합성되는 그래핀도 더 크게 만들 수 있고 합성되는 그래핀 두께도 촉매 두께나 성장시간, 자외선 처리시간 등 합성조건을 조절해 제어할 수 있다”면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술을 공동개발한 삼성전자는 향후 성균관대와 지속적인 협력연구를 통해 초고속 나노 메모리,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차세대 태양전지 등에 그래핀 관련 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