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기자반성문

[화제의책]기자반성문

 ◇기자 반성문

이현덕 지음. 전자신문사 펴냄.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받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세상에 선보이기 전 400차례 이상이나 손질했다. 기상천외한 개미의 세계를 그린 ‘개미’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2년에 걸쳐 이 소설을 집필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120번이나 원고를 손질했다. 명문은 노력 없이 만들어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자 반성문’은 청년 기자로 시작해 IT전문지의 논설주간으로 퇴직하게 된 어느 직장인의 인생 회고록이다. 17년 6개월. 그 긴 시간동안 ‘전자신문사’라는 직장에 몸담으며 취재 데스크, 편집부국장, 논설위원실장, 편집국장 등을 거쳐 이제 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인생 1막을 정리하고 새롭게 2막을 시작해야 하는 기로에서의 고백이다.

 “언론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해도 언론은 진실의 전달자이며, 시대의 나침반인 사실은 변함없다”고 강조해왔던 저자는 이 책에서 직장에 쏟아부었던 열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내일에 대한 막막함과 어제에 대한 그리움, 후회를 말한다. 다만 인생이라는 길을 조금 먼저 걸어가고 있는 선배로서 삶을 열심히 꾸려가고 있는 또는 지쳐서 잠시 쉬고 싶은 후배들에게 이 고백이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심스레 과거를 펼쳐 보인다. ‘반성문’이라는 겸손한 이름으로 지금까지 인생을 정리하며 자신의 뒤를 따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조심스레 추려 모아 담담하고도 아름다운 문체로 풀어냈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언론산업에서 독특한 자취를 일궈낸 전자신문의 역사를 담담히 풀어내고, 언론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대목에서는 수십년 간 IT저널리스트로 활약해 온 저자의 관록이 묻어나온다. 척박한 IT 저널리즘 환경 속에서 전자신문이 ‘신문들도 보는 신문’이라는 상찬을 들었던 것도, IPTV 등으로 촉발된 미디어 빅뱅 시대에 전문 일간지가 살아남는 방법도 ‘고급 정보’에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속도의 시대에 오히려 속보 경쟁을 지양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1만원.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