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산책]나비부인](https://img.etnews.com/photonews/0901/200901150076_15115828_643092080_l.jpg)
“유리를 불어서 만든 것같이 그 가냘픈 몸, 병풍 속에 그림과 같은 그의 몸가짐. 검게 빛나는 칠흑에서부터 빠져나와 나비와 같이 훨훨 자유롭게 날다가 쉬는 그 자태.”-오페라 ‘나비부인’ 중 핑케르톤의 아리아 중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이 설날 이후 서울에서 상연된다. 오는 30·31일 이틀 동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나비부인’은 뉴서울오페라단과 국립극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나비부인은 푸치니의 3대 걸작 오페라 중 하나로 지금도 세계 오페라하우스에서도 가장 많이 상연된다. 특히 이 작품은 미국 국가, 일본 기미가요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선율이 다수 등장해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푸치니는 라 보엠·토스카·나비부인 등 수많은 걸작을 만들어낸 작곡자다. 실내악으로는 오페라 마농 레스코를 소재로 한 일명 국화라는 현악 사중주 곡을 작곡했다. 그 외에 푸치니는 수많은 작은 기악 음악을 작곡했다.
나비부인은 그의 걸작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나비부인은 시대와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아시아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을 지닌 오페라라는 점에서 탁월하다. 가문의 몰락으로 인해 원치 않는 게이샤의 길을 걷는 15세 소녀, 점령군인 미군 장교 현지처로서의 삶, 아이를 빼앗기고 자결로 마무리되는 비극적인 동양 여인의 죽음. 이와 같은 여인의 삶은 어딘가 우리 어머니들과 닮아 있지 않은가.
쉽고 친숙한 감각으로 이 오페라는 미리 내용을 알고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필요 없는 동양적인 우리의 이야기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유희문 연출가는 ‘오페라는 바뀌어야 한다’는 철저한 신념을 가진 연출자다. 그는 메이저 오페라단과 일하면서 그들만의 공연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예를 들어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무대를 향한 시각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좌석의 관객까지 생생하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또 지나치게 엄숙한 분위기로 인해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점을 배려하면서 연출하고, 일본이라는 배경을 무시하지 않고 최대한으로 살려내 의상과 배경 모두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