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모 게임산업협회장은 말 그대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처지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 대표 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최고 게임 업체 중 하나인 넥슨을 이끌고 있다. 게다가 모바일게임 업체인 넥슨모바일의 대표이사까지 맡고 있다.
앞으로 한 달 반 정도 지나면 그나마 권 회장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듯하다. 지난 14일 정기이사회에서 박양우 전 문화부 차관을 만장일치로 4기 회장에 추대했기 때문이다. 이미 박 전 차관과는 회장 수락 조율이 끝났다고 알려져 있어 권 회장은 2년 동안 양 어깨에 지고 있던 협회장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
권 회장은 “2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며 “의미 있는 일도 많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권 회장은 임기 동안 적지 않은 일들을 해냈다. 우선 뚜렷한 외형 성장을 일궈냈다. 취임 초기 30곳도 채 되지 않던 회원사는 이제 70곳을 넘어섰다. 온라인게임 개발사 일변도에서 벗어나 모바일게임 업체는 물론이고 e스포츠 전문 방송사와 이동통신사 등 게임과 관련된 업체를 모두 망라, 협회를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성장시켰다.
사실 권 회장이 협회장을 맡았던 2007년 3월은 게임 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사회적으로는 2006년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로 애꿎은 게임 산업이 사행성 시비에 시달렸고 산업적으로도 변변한 히트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권 회장은 “안팎으로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게임 산업의 성장은 확신했다”며 “문제는 사회적 시각과 정부의 규제였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임기 중에 정부와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했다. 권 회장을 필두로 한 회원사의 공동 노력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인수위 시절부터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수위원장이 직접 넥슨을 찾아 게임 설명을 듣고 업계 대표들과 현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최근 문화부는 게임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내놓았다. 게임이 바다이야기의 악몽을 떨치고 대한민국 성장동력으로 당당히 인정받게 된 셈이다.
권 회장은 다음 달 말로 임기가 끝난 후에는 당분간 기업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넥슨이 지속적으로 끌어온 성장세를 올해도 중단 없이 이어가야 한다”며 “특히 해외에서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한 흥행작을 더 많은 나라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단의 교수에서 모바일게임 업체 경영자를 거쳐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조직의 수장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권 대표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에게 게임 업계는 언제나 애정과 기대를 걸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