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장치산업의 설비 투자를 견인해왔던 LCD 산업도 올해는 ‘보완’ 투자 시대로 진입한다.
보완 투자란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만드는 신증설 투자와 달리, 기존 라인의 구조를 바꾸거나 일부 노후 설비·장비를 보수함으로써 전체 생산성을 높이는 일종의 경상 투자다. 신규 라인 건설에 따른 장비·설비 발주 없이 약간의 노후 장비 교체 수요만 발생하다보니, 장치 산업내에서는 ‘투자 실종’의 상징적인 현상으로 여겨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세대 이상 대형 LCD 라인에 대한 신증설 투자를 유보하는 대신 기존 라인의 보완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지난 2년간 신규 설비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 혹한기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올해는 양대 장치산업 모두 동반 보완 투자 시대를 맞이하는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신증설에 각각 4조여원대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보완 투자 규모가 아무리 많아도 절반 이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해말 “아무리 시장이 위축되더라도 투자에 손을 놔서는 양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새해 설비 투자 규모는 2조원 안팎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올해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아무래도 기존 라인의 생산성 향상 등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보완 투자에 나서면 기존 라인의 불필요한 공정을 줄이거나 생산 시간을 단축해 유효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또 수율을 끌어올리거나 기존 라인의 노후 설비·장비를 교체함으로써 전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한다. 장비·설비에 대한 신규 발주가 극히 제한적인 탓에 보완 투자 규모가 크더라도 장비 업계로선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가 업그레이드 투자를 중심으로 7조원 가까운 돈을 반도체 라인에 쏟아 부었지만 일부 외산 장비업체들과 자회사인 세메스 등이 수혜를 받은 정도다. 국내 장비 업체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볼때 보완 투자 규모에서 실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투자분은 전체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보완 투자는 사실상 투자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 전공정 장비 업계나 일부 설비업체들은 그나마 가뭄의 단비격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율 향상에 결정적인 주요 전공정 장비의 경우 교체 수요와 더불어 성능 개선을 위한 부품 교체 수요도 일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혜택은 노광기·증착기 등 핵심 전공정 장비 시장을 독식해 온 외산 장비 업체들과 주성엔지니어링 등 일부 국내 업체에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계 장비 업체 관계자는 “보완 투자는 그 규모를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가변적”이라며 “그래도 아예 투자가 없는 것 보다는 일감이 있다는 점에서 나은 편”이라고 토로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