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세계 PC 출하량이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데스크톱PC 판매의 부진이 심화한데다 매분기 40% 가까이 급성장해온 노트북PC도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결과다. 반면에 ‘넷북’은 무섭게 시장을 키웠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08년 4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7730만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3분기에 비해 2.5% 감소했다고 14일(현지시각) 로이터·AP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2002년 2분기 이후 PC 판매 대수가 준 것은 6년 만이다.
지난 5년간 PC 시장은 매년 평균 15%가량 꾸준히 성장했다. 크리스마스 특수·연말 휴가를 낀 4분기는 전통적인 PC 성수기로 분류된다. 미국 시장은 지난 4분기 출하량이 3.5% 감소해 1740만대를 기록했다.
데스크톱PC가 전년보다 출하량이 16%나 감소해 전반적인 시장 하락을 이끌었다. 노트북PC는 20%가량 늘었지만, 매분기 40% 가까이 가파르게 올라가던 성장세가 절반으로 꺾였다.
로렌 로버드 IDC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자와 기업 시장 양쪽의 수요가 모두 위축돼 출하량이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업체 간 극심한 가격 경쟁, 저가 미니노트북의 출시로 수익성도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도 넷북이 자존심을 세웠다. 4분기에만 500만대가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본격적으로 등장한 초저가 미니노트북 넷북은 한 해 동안 1000만대가 팔려 전체 노트북PC 시장의 7%를 꿰찼다. IDC는 올해도 넷북의 활약이 이어져 출하량이 두 배 늘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 PC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긴 했지만 2008년 전체 시장은 2억9724만대, 10.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 희비가 엇갈렸다. 업계 1위 휴렛패커드(HP)는 지난해보다 3.1%가량 성장하면서 3년째 선두를 지켰다. 지난해 4분기 19%였던 HP의 시장점유율은 19.6%로 상승했다. 반면에 라이벌인 델은 같은 기간 출하량이 6.3% 감소해 시장점유율도 13.7%로 떨어졌다. 10.9% 점유율로 3위에 오른 에이서는 넷북을 중심으로 전체 출하량을 25.3%나 늘렸다. 레노버가 점유율 7.2%, 도시바가 4.7%로 뒤를 이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 4분기 세계 PC 출하량이 1.1% 성장해 7810만대를 기록했다고 1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분기 판매량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인 가운데, 미국 시장은 출하량이 10.1% 감소한 1561만대로 집계됐다. 가트너는 2008년 전체 PC출하량을 3억2207만대로 10.9%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