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지난해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15일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20분 가량 주요 시중은행(부행)장과 비공개 ‘중소기업 금융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기자에게 “은행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는 분위기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은행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금융위원장을 질타하던 지난 연말과 달리 시중은행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홍청장은 이날 시중은행장을 만나 설 전후 중소기업 특별 지원자금을 차질없이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중소기업은 이달과 내달 은행자금을 끌어 쓰기 매우 좋은 기회를 만났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17개 은행이 설날을 앞두고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총 9조14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설날 앞뒤로 중소기업이 쓸 자금은 총 7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 자금이 중기에 긴급투입된다.
은행업계는 두가지 이유를 들어, 중소기업의 자금 이용을 권했다. 익명을 요구한 메이저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설 자금 계획을 조사해 발표한다는 것만으로도 은행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암묵적 압력에 밀려 은행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나선다는 것. 여기에 1·2월 자금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도 이유다. 올해는 기업들이 설 특별보너스를 예전에 비해 줄이는 추세여서 이용 기회가 늘었다.
산업은행 이준식 영업정책팀장은 “1월은 기업들이 자금 계획을 세우는 시기”라며 “수요를 발굴해 (목표치를) 맞추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이달에만 1조원을 지원한다.
자금을 이용할 경우, 기업들은 은행마다 다른 지원혜택을 살펴봐야한다. 전자신문이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특별자금으로 8000억원 이상 책정한 국민(1조원)·우리(1조원)·신한(8000억원)·기업(1조원)·산업은행(1조원) 5곳 시중은행 가운데 현재 금리 측면으로 가장 혜택이 큰 곳은 우리은행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업체별 신용등급에 따라 최고 1.2%포인트(p)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우리은행 다음으로 신한은행이 2월까지 한도로 최고 1%p를 낮춰주기로 했다.
장기대출을 원한다면 기업은행을 찾을 것을 권한다. 기업은행은 설 특별자금을 ‘장기(3년)’로 지원하기로 했으며, 여기에 지점장 금리 감면권을 0.5% 확대했다. 국민·산업 두 은행은 이번 설자금에 ‘특별’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고 상대적으로 혜택도 적다. ‘설자금 지원대출’로 1조원을 책정한 국민은행은 0.5%p 금리 우대를 해주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특별 우대조건을 두지는 않았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두 신용보증기관도 설 특례보증에 나선다. 운전자금 소요자금을 최대 3억원까지 특별지원하는 것으로 매출상 보증한도에 이른 업체도 이용이 가능하다. 기보는 ‘직원임금 체불시에도 지원’하며, ‘신청일로부터 3일(평상시 1주일)이내 지원제도’도 마련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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