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15일 발표한 ‘녹색정보화 추진계획’은 앞으로 국가정보화가 ‘그린’이라는 새로운 잣대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오는 2월부터 공공부문 전산장비에 에너지 절약형 표준규격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은 그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선도적으로 그린IT의 대중화에 나서면서 민간 기업에도 녹색정보화가 빠르게 전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선언적 수준에 그쳤던 그린IT를 기반으로 한 시장경쟁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그린 노믹스’ 본격 실험=행안부가 이처럼 녹색정보화를 전격 도입하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화두로 내세운 ‘녹색 성장’을 실천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동안 간과해온 그린IT의 경제적 효과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년 대전과 광주로 통합한 정부통합센터의 한해 전기료는 무려 7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보자원 그린화 정책의 일환으로 가상화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할 경우 연간 10억원 이상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외에도 화상회의, 원격근무 등 공공기관에 ‘그린오피스’ 기반을 구축할 경우 연간 6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온라인 민원 완결서비스가 90% 가까이 구현되면 자동차를 이용한 행정기관 방문이 크게 줄어 이산화탄소가 100만톤 이상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광수 행안부 국장은 “이번 녹색정보화는 2013년께로 예상되는 탄소배출 감소 의무국 지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측면도 강하다”며 “녹색정보화 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할 경우 2012년 7014만톤의 탄소를 감축해 돈으로 환산하면 2조5000억원의 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린IT 시장 최대 변수로=정부는 녹색정보화를 우선 도입한 뒤 차츰 민간 기업에도 권장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타당성 검토를 벌여온 민간 기업들도 최근 경제위기에 맞춰 효율성이 높은 그린IT 제품 구매를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그린IT를 준비해 온 친환경 기업들로서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그린IT를 통한 업체들의 판도 변화와 함께 개념 수준에 머물러 있던 신 산업도 본격 개화기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정보자원 효율화를 위해 도입키로 한 가상화 기술이나 클라우드 컴퓨팅은 상용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u 그린 도시 구현을 위해 도입키로 한 공용자전거 운용관리시스템 등은 IT 서비스와 SW업체들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효과도 높을 것이다.
이지운 IT서비스협회 전무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비즈니스를 정부가 앞장서 도입하고, 기반을 조성할 경우 산업 대중화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이 같은 강점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녹색정보화를 위해 구성키로 한 녹색정보화 추진협의회에 민간이나 학계의 많은 의견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