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서 최근 중견 전문업체들의 두드러진 실적 향상이 돋보인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수익성 저하로 몸살을 겪었던 PCB업계지만, 고부가가치 제품과 수출 시장을 발빠르게 개척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곳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이후 고환율 양상이 지속되면서 수출에 주력해 온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PCB 전문업체인 이수페타시스(대표 홍정봉)는 지난해 2607억원의 매출액과 13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무려 10배 이상 급증하면서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심화된 지난해 4분기에 연간 매출의 30%, 영업이익의 60%를 각각 벌어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이수페타시스가 괄목할만한 실적을 달성한 것은 주력인 네트워크 장비용 PCB가 시스코 등 해외 고객사들에 꾸준히 팔려나간데다, 우주항공기·수퍼컴용 PCB 등 고부가가치 틈새 시장에 진출하는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수페타시스는 그동안 주력 사업을 고부가 제품군에 집중하는 대신 자회사인 이수엑사보드가 휴대폰 및 LCD TV용 PCB를 생산하는 등 사업 구조를 재편해 온 것도 실적 호조를 뒷받침했다.
홍정봉 사장은 “극심한 경기 침체에 대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해외 고객사들로도 영업망을 확대해왔다”면서 “비록 올해 시장 수요가 위축되더라도 지난해 정도의 성과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중견 PCB 업체인 인터플렉스(대표 배철한)도 마침내 지난해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뒤 4분기에만 근래 최고 수준인 1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인터플렉스가 흑자를 기록하기는 지난 2005년이후 3년만이다.
인터플렉스가 실적 개선을 이룬 것은 지난 수년간 추진했던 구조조정의 성과가 마침내 가시화한데다, 삼성전자·모토로라 등 휴대폰 고객사들에 대한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철한 사장은 “올해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겠지만 해외 신규 고객사를 꾸준히 발굴하고 스마트카드·디카 등 신규 시장도 적극 개척해 지난해보다 10% 이상 매출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