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올 설을 앞두고 자금난으로 인한 한숨이 어느 때보다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산업계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한겨울 날씨를 맨몸으로 견디는 수준으로 밝혀졌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전국 531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10개 중 7개(69.0%) 업체가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해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고 15일 밝혔다.
자금 사정이 곤란한 원인으로는 ‘매출 감소’(68.4%)가 가장 많았고, ‘판매대금 회수 지연’(57.8%), ‘원자재가격 상승’ (48.5%), ‘금융권 대출 곤란’(38.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한 영향으로 외상대금 지급이 지연된 경우가 전체의 84.0%로 나타났으며 그 밖에 겪는 어려움으로 △세금·공과금 연체(33.0%) △직원임금 체불(30.2%) △대출원금·이자연체(27.4%) 순으로 응답해 자금 악순환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에 중소기업은 업체당 자금이 평균 2억1650만원 필요하며, 이중 1억2510만원을 확보해 자금확보율은 57.8%로 작년(72.9%)보다 15.1%P나 낮았다.
최근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상황은 ‘곤란하다’는 업체가 58.6%로 작년 설(32.6%)에 비해 26.0%P 많은 것으로 집계돼 정부의 다양한 지원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자금흐름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인 업체는 57.3%로 작년(62.2%)보다 적었으며 축소지급 업체 비중도 작년 4.6%에서 올해 20.9%로 늘어났다.
금융기관 거래시 가장 큰 애로 요인으로는 정부의 연이은 금리인하 발표와는 정반대로 ‘고금리’(60.1%)를 꼽았다.
중소기업중앙회 박해철 정책총괄실장은 “현재 실물경제 위기로 자금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는 상황으로 중소기업 대량부도 사태의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정부정책이 일선 지원창구에서 조속히 집행되도록 추진하고, 은행의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역할이 미흡한 만큼 정부가 직접 전면에 나서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