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에 `어음 결제`?…영세업체들 생사 기로

 불황의 여파로 인해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어음 유통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해온 개발 인건비마저도 어음으로 결제하는 기업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3개월 어음도 갖가지 편법을 이용해 사실상 5개월 어음처럼 통용된다. 이로 인해 SW 기업들은 매출을 올리고도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속앓이를 한다.

 ◇매출 늘어나도 어음 지급 ‘울상’=데이터 처리 관련 SW를 전문으로 하는 A사는 지난해 회계상으로는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30% 이상 성장이라는 좋은 성적표를 거머쥐었으나, 실제로 통장엔 90억원이 들어왔을 뿐이다. 최근 구축을 완료하고 돌아온 것 중 40억원을 어음으로 받았다.

 이 회사는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한 솔루션에 맞게 인력을 투입했지만 어음 결제가 되다 보니 수익에 문제가 생겼다. 숫자상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실상은 오히려 줄어든 꼴이 됐다.

 SW 업계에서는 어음 결제가 커스터마이징이 필요 없는 패키지 SW에 국한됐었다. 개발 인력을 투입한 경우에는 현금 결제가 원칙처럼 관행으로 자리 잡아 있었으나, 경기 불황으로 이 원칙마저 깨졌다.

 기업용 솔루션 전문 B사는 최근 처음으로 어음을 받았다. B사 CEO는 “물품 구매는 간혹 어음 결제가 되기도 했으나 인건비는 현금 결제를 하는 것이 원칙처럼 돼 굳어져 있었다”며 “프리랜서까지 뽑아 인력을 투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어음을 받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일정보다 앞서 들어온 돈이 없었다면 위기를 맞을 뻔했다”며 “최근 많은 SW 기업이 어음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강조했다.

 ◇3개월 어음도 사실상 5개월=두 달 전 SW 전문기업 C사는 패키지 SW를 공급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월 초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다음달 말께에 입금이 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두 달이 지난 후에야 사실상 결제가 이뤄진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 돌아온 것은 3개월 어음이었다. 명목은 3개월 어음이지만 결국 5개월 어음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됐다. 게다가 사업 발주 이전에 개발자를 선투입한 것에 어음 결제가 이뤄지는 것도 실질적으로는 5∼6개월 후에 결제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일이 많아지면서 어음과 관련된 제도를 보완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결제일을 사업 발주를 한 날로부터 60일 이내로 할 것을 제한했는데 여기에 3개월 어음이 더해지면서 실질적인 결제가 늦어지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희섭 한국SW전문기업협회 팀장은 “중소SW 기업들에 10억·20억원도 생사를 가를 정도로 큰돈인지라 해결 방안은 없을 지 기업들과 논의 중”이라며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으로써 거래가 더욱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