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발효를 앞두고 업계간 가입비를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 고객이 증권사를 통해 입출금·지로납부 등 소액결제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금융결제원과 증권업협회가 소액결제 등 금융망 공동이용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증권업계는 금융결제원과 증권업협회가 소액결제 등 금융공동망 이용에 관한 논의를 수차례 진행했지만 이견이 커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며, 내달 4일 자통법이 발효되더라도 소액결제 서비스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액결제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회사와 거래관계를 금융결제원 은행공동망을 통해 결제하고 청산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증권사와 보험사도 지급결제 기능을 갖게 되면 은행에서처럼 계좌를 열어 통장이나 카드를 이용하듯 입출금과 계좌이체를 할 수 있다. 증권사는 현재 CMA를 통해 지급결제가 가능하지만 가상계좌에 불과해 결제나 계좌이체 등이 제한돼 왔다.
증시 관계자들은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시스템 설치와 테스트를 위해선 최소 4∼6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추세라면 최소 6개월의 시간이 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와 금융결제망과의 연결을 위해선 전산시스템의 재설계와 연결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규정 등을 개정하고 자통법에 맞춰 증권사의 금융결제를 허용할 방침이었다.
은행과 증권사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금융결제원과 증권업협회 줄다리기 핵심은 가입비 적정성 논란이다. 은행만 갖고 있는 전산망에 가입하려는 증권사는 한 곳당 최저 170억원에서 최대 330억원에 달하는 가입비를 금융결제원에 내야 하지만, 증권업계는 이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은 금융회사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결제시스템에 연결된 다른 금융회사에까지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입비 납부를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지난 11월 대형사 20%, 중소형사 50% 가입비 할인이란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은행권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용구 증권업협회 산업지원팀 부장은 이와관련, “금감원의 중재안보다 개선된 안을 금융결제원에 최근 제시했다”며 “은행권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