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금융기관들의 부실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위기 망령이 되살아나면서 안정국면에 접어든 외환유동성이 다시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부도 세계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화유동성 적기 공급 방침을 세웠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기관의 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 9월과 같은 금융위기의 재발이 우려되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씨티그룹과 BOA의 자금난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양사의 CDS프리미엄이 급등했다”면서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의 사태가 다시 재현될 경우 실물 경기 침체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시전문가들은 현재까지는 2차 금융위기가 촉발되더라도 지난해보다 더 나쁜 시나리오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의 진원이 되고 있는 씨티그룹과 BOA의 덩치가 작년에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등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미국 금융기관들의 위기가 내달 본격적으로 실적시즌을 맞는 HSBC홀딩스, 코메르츠방크, BNP파리바, 바클레이즈 등 유럽 금융기관들로 옮아붙을 수 있다는 점도 2차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요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감안해 시장에서의 신용경색이 뚜렷하게 풀리기 전까지는 은행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은행들이 해외에서 외화조달 여건을 조성하는데 정부가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국제금융시장 신용경색 뚜렷이 완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최근 일부 국내 은행이 해외에서 대규모의 장기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지만 금융위기가 다시 재연되면서 외화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60억달러 규모로 예정된 정부의 외평채가 확대되고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