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내달 1000억원대 대규모 국가정보화 예산을 조기 집행할 예정이어서 IT서비스·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물러설 수 없는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경기 침체로 민간 기업의 정보화 예산이 예년보다 절반 이상 삭감되거나 지연되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번 수주 경쟁은 IT·SW업체들의 ‘한해 농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일 행정안전부·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교육과학부 등 국가정보화 관련부처와 서울시가 이달부터 발주해 다음달 사업자 선정을 앞둔 국가정보화 프로젝트 규모가 11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년에 비해 2∼3배 많은 액수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1분기 중 전체 예산의 50∼70%를 조기 집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총 329억원 규모의 국가DB구축사업의 70%인 230억원을 내달 사업자가 선정되면 선급금으로 미리 지불하고 △국가정보통합센터 하드웨어 구매(186억원) △공간정보 행정융합서비스 개발(61억원) 등도 내달 사업자를 선정키로 했다.
국토부는 공간정보기반 시스템 구축에 200억원을, 교과부는 디지털교과서 인프라 구축에 107억원을 각각 다음달 집행한다.
지경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우정정보화 예산 810억원을 4월까지 집행키로 해 내달 200억∼3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풀리고, SW분리 발주를 마친 서울의료원의 70억원 규모 HW 구축 사업자도 내달 결정된다.
삼성SDS·LG CNS·SK C&C·티맥스소프트 등 주요 IT 서비스 및 SW업체들은 유례없는 대규모 조기 발주 물량에 비상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LG CNS 유서봉 공공사업본부 마케팅팀장은 “개발과 영업으로 나눠져 있던 조직이 비즈니스로 통합돼 영업에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이라며 “올해 사업계획도 거의 연초와 상반기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춰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정보통신·코오롱베니트 등 중견 IT서비스 업체들은 공공부문 수주에 대비해 불황에도 작년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규모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업체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저가 출혈경쟁도 우려된다.
이지운 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한꺼번에 발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인력 대응이 안돼 자신있는 분야를 선별적으로 공략하려는 업체도 많다”며 “민간부문 투자가 줄어든 만큼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는 매출 확보를 위해 저가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가 이달 말로 예정된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3월로 연기한데 이어 현대증권과 대신증권도 차세대시스템 가동 연기를 검토하는 등 민간부문 정보화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