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이윤우-최지성 투톱 체제](상)한 울타리에 두개의 삼성전자

[막오른 이윤우-최지성 투톱 체제](상)한 울타리에 두개의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최근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회사를 크게 부품과 세트로 분할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복수 이상의 총괄 조직 형태가 기본 방향이었던 삼성전자로서는 창립 이후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것이다. 세부 인사와 조직 개편도 이주중 대부분 끝난다. ‘투톱 체제’ 라는 새 시험대에 선 삼성전자의 과제와 전망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지난 16일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삼성전자의 세트와 부품 분할안이다. 부품(디바이스 솔루션)과 세트(디지털미디어&커뮤니메이션) 두 개 부문의 사령탑에 각각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을 내정했다. 기존 조직은 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반도체·LCD 4개 사업 총괄 체제가 골자였다. 지원 총괄격인 경영지원과 기술을 포함하면 6개 총괄이 뼈대였다. 이를 단 두 개 부문으로 슬림화했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사업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의지가 강력하다.

 기존의 총괄 조직에도 장점이 있다. 부품서 세트로 이어지는 다양한 사업 조직 구조를 유지하면서 시황과 실적에 따른 상호 보완이 가능했다. 적자 나는 사업이 있어도 흑자 나는 사업으로 포트폴리오가 가능했다.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 사업 할 것 없는, 전면적인 경영위기 국면이다. 오히려 발목을 잡는 딜레마가 됐다. 특히 ‘캐시 카우’ 역할을 맡던 반도체·LCD 등 부품 사업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4개 총괄 체제가 과연 절대 명제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을 받아왔다는 후문이다. 기계적으로 4개 총괄을 분리하는 게 급속한 기술융합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두 개 부문 체제는 삼성의 이런 고민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의 조직개편은 한발 더 나아갔다. 두 개 사업부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독립 회사 형태다. 각 사업총괄 중간에서 조율을 맡았던 경영지원과 기술총괄을 ‘공중 분해’해 기능을 두개 부문에 둘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업전략은 물론 인사,조직 관리까지 별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즉 한 개 회사 내에 두 개 사업 부문이 공존하는 게 아니라 독립 부문 형태로 두 개 회사가 삼성전자라는 한 울타리에 둥지를 트는 형태다. 삼성전자 역사상 초유의 실험이다.

 투톱인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두 사령탑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조율에 이번 조직 개편의 성공 여부가 달렸기 때문이다. 부품과 세트는 기본적으로 보는 시장과 고객이 다르다. 부품은 기업 고객이, 세트는 일반 소비자가 우선이다.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문은 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그간 내부 갈등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부품 부문을 가장 잘 아는 데다 대표이사로 최종 조정권을 가진 이윤우 부회장이 있어 일단 부문간 조율은 원할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가운데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사내 최고 전문가인 이윤우와 최지성을 투톱으로 못 박은 것은 무엇보다 부문별로 ‘각개격파’를 통해 불황을 극복하라는 의지가 강력하다. 일단 의사결정구조가 간결해졌으며, 현장 전문가들을 전면에 배치해, 특검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스피드경영이 다시 본격화 할것으로 기대됐다.

 삼성전자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공룡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투톱체제에 대해 ‘앞으로 계열 분리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있다.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만한 사항이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건희 회장-기획조정실로 이어진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투톱이 대신하도록 한 것이기 때문이다. 투톱이 과연 컨트롤타워 역할을 얼마만큼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이번 조직 개편의 관전 포인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