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이 부품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매출이나 부가가치 면에서 뒤쳐져 부각되지 못한 부품들이 첨단기술과 시장 다변화를 통해 꾸준한 매출을 부양하는 ‘옥동자’로 탄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술·자본·인력만 가지고도 안되며, 적임자를 만나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8월 콘덴서회사인 삼화전기로부터 수정발진기 사업부문을 인수한 파트론(대표 김종구)은 죽어가는 불씨(아이템)를 되살린 업체다. 수정발진기는 안정된 주파수를 유지하면서 규칙적인 신호를 만드는 부품이다. 세계시장 규모만 3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일본회사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다. 일본의 기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수정발진기에 경쟁력 있는 기술을 입혀 재도전에 나선 이회사는 현재 탄탄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수정발진기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이동통신용 표면실장(SMD) 세라믹패키지 제품에 주력, 수정발진기를 효자사업으로 키운 것이다. 수정발진기에 들어가는 부품인 전극을 경쟁사들이 사용하는 금 대신 은으로 대체,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수년간 고생 끝에 설비와 제조기술도 갖춰 국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6년 매출이 87억원에서 지난해는 140억원까지 늘었다. 삼화전기 시절에는 매출이 10억원에 불과했던 사업이다. 파트론의 기술·인력·제품전략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김종구 파트론 사장은 “수정발진기 시장규모가 수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앞으로 더 강화해야할 사업”이라며 “우수한 기술인력들을 보유, 올해도 두자릿수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스피지(대표 이준호)는 지난 2005년 4월 계열사인 성신에서 BLDC모터(브러시가 없는 DC모터) 영업부문을 양수, 사업을 시작했다. 성신에서 BLDC모터 사업을 했을때는 매출이 10억원도 안됐고, 사업전망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제품 시장을 프린터, 복사기 등 OA기기에서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분야로 바꾸면서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2005년 매출이 61억원에 불과했던 이 사업은 지난해 매출이 15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시장의 변화를 사전에 읽고 대비했기에 이룬 결과다. 개발·생산능력이 제품에 스며들면서 지난해는 중국 최대가전업체와 대규모 계약(678만달러 규모)도 성사시켰다. 이준호 에스피지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BLDC모터 사업을 키워왔다”면서 “경쟁사인 일본 파나소닉보다 효율이 10%나 앞서는 제품경쟁력을 앞세워, 올해는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