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이제는 평소 하고 싶었던 친환경 사업에서 뜻을 펼치겠습니다.”
배터리업계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코캄의 김흥태(51) 전 사장이 창업으로 제 2의 인생에 도전한다. 그는 국내 IT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경영인으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김 사장은 1997년 영업사원 한 명으로 미국계 커넥터 회사 암페놀의 초대 한국지사를 세웠다. 7년 후 암페놀코리아는 직원 700여명, 매출 1100억원의 탄탄한 회사로 변신했다. 그는 2004년말 당시 경영난을 겪던 중소 배터리 제조사 코캄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현재 코캄은 친환경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형 리튬배터리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유망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김 사장은 이달초 사직서를 제출했고 회사 측은 오는 30일 주총에서 홍지준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해외진출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보면서 뭔가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환경, 에너지분야에서 컨설팅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19일 오전 김 사장은 마포세무서에서 막 뽑아온 따끈한 사업자 등록증을 보여줬다. 등록증에 적힌 회사이름은 에이치앤소싱컴퍼니. 비록 회사경영의 달인이지만 오랜 전문경영인 시절과 달리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매우 설렌다고 말했다.
“국산 배터리를 수출하기 위해 전세계의 전기차 회사, 환경전문업체를 몇년간 쫓아다녔습니다. 이제는 어떤 기업체와 신기술을 결합해야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지 눈에 보입니다.”
김 사장은 친환경, 에너지분야에서 유망벤처를 발굴해서 경영지원과 투자, M&A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는 친환경 사업모델을 설명하면서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한 전기차 보급 벤처 ‘베터플레이스’를 참신한 사업모델과 자금이 결합한 이상적 사례로 지목했다.
“배터리 제조사의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친환경 산업전반의 시장창출을 지원하는 사업은 제 인생에서 의미가 큽니다. 세상에 긍정적이고 좋은 영향을 오랫동안 남길 수 있지 않습니까” 그는 우선 미국시장에서 휴대폰의 고장수리를 지원하는 전문업체와 손잡고 휴대폰 재생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쓸만한 휴대폰을 그대로 버리는 자원낭비를 막고 제 3국에서 새로운 휴대폰 수요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영이 어려운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보람도 크지만 지구를 구하는 친환경사업은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블루오션입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