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클럽]고일영 기업은행 부행장

[CIO클럽]고일영 기업은행 부행장

 “1977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을지로지점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입행할 때만 해도 인터넷뱅킹이란 말조차 없었다. 지점 고객계좌 카드는 천공기를 이용해 정리, 캐비닛에 수납했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났다. 이제 인터넷뱅킹은 초등학생도 아는 대중적인 용어가 됐고, 은행 업무에서 IT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 기업은행의 새로운 CIO로 선임된 고일영 부행장(IT본부장)에게 은행은 30년 넘게 근무한 직장이자 삶이었다. 그리고 IT는 이를 지탱해주는 기반에 다름 아니었다.

 

 ◇‘비즈니스’와 ‘IT’는 동격이다=고 부행장은 지난 30년간 은행 업무와 서비스가 몰라보게 변한 것이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손으로 하던 것을 기계(IT)가 시스템적으로 처리하는 것의 차이지 업무 자체는 동일한 은행업무라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고 부행장에게 은행의 현업 ‘비즈니스’와 ‘I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여겨진다.

 그는 “이제 어느 기업이든 IT 조직과 현업조직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두 조직 모두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와 IT를 동일시하기에 최근 경기침체가 심화됐다고 해서 IT 투자를 무턱대고 줄일 생각은 없다.

 그는 “현 상황이 과거 IMF에 버금가는 위기로 여겨지기에 비용절감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필요한 IT 투자까지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더해 고 부행장은 IT 부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은행이 ‘장치산업’ 양상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은행에서 IT와 관련된 투자와 자산 비중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CIO가 CFO의 안목까지 갖추고 IT 부문을 관리해야 효율적으로 현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T 명품’은 소통해야 나온다=고 부행장은 CIO의 덕목 중 하나로 소통 능력을 꼽았다. IT 부서 내의 소통, IT 부서와 현업부서 간의 소통, IT 부서와 고객 간의 소통 등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져야 회사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대고객 서비스도 향상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고 부행장은 IT 본부장으로 부임한 지난 열흘 사이 업무 파악, 본점 보고로 바쁜 와중에도 IT 본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몇몇 팀장과 소그룹 미팅을 가진 그는 “이른 시일 안에 팀장급뿐 아니라 전 직원과 만나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IO의 소임은 현업과 IT 조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IT 부문에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그만의 지론을 풀어놨다.

 ◇‘IT 리딩뱅크’ 이어간다=기업은행은 지난 2004년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계기로 IT 분야에서 ‘은행권 최초’라는 수식어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2006년 은행권 최초로 정보보호와 IT 서비스 품질부문에서 국제표준 인증을 획득했고, 지난해에는 은행권 최초로 전행 차원에서 망 분리사업과 서버통합사업을 진행했다.

 고 부행장 역시 기업은행의 한발 앞선 IT투자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그는 “타 은행이 인수합병(M&A)에 따른 시스템 통합에 힘쓰는 사이 기업은행은 은행 업무와 고객서비스 개선을 위한 본질적인 IT 투자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빠른 행보가 가능했다”며 “이러한 우위를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지난 2002년부터 3년간 IT본부에서 e비즈니스부를 이끌며 쌓은 노하우와 본점 종합기획부, 지역본부 등을 거치며 확보한 넓은 안목과 현장 경험이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고 부행장은 “IT 인프라가 흔들리면 은행 전체가 위태로워진다”며 “현업과 IT 조직 간 시너지 효과를 유도해 은행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신임 IT사령탑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고일영 부행장은… 고일영 부행장(55)은 ‘CIO는 단순히 정보(Information)를 수집해서 관리하는 조직의 장이 아니라 고객 요구의 변화를 먼저 파악해 선도적으로 비즈니스 개발을 이끄는 조직의 장’이라고 정의한다. 전주고와 한양대(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77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e비즈니스부장, 종합기획부장, 북부지역본부장, 호남지역본부장 등을 거쳐 올 1월 IT 본부장을 맡았다. 30년 넘게 ‘은행원’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회사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지만 지역본부장 시절 떨어져 지내는 아내를 위해 휴대폰을 앞에 놓고 어설프지만 열심히 색소폰을 불기도 했던 자상한 남편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은

 기업은행(은행장 윤용로 www.ibk.co.kr)은 지난 1961년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으로 출범한 이후 국내 중소기업의 동반자로서 함께 성장해왔다. 지금은 기은캐피탈, 기은신용정보, IBK시스템, 기은SG자산운용 등 자회사를 거느린 금융종합그룹으로 발전했다.

 IT 조직은 IT 본부 아래 △IT 기획과 시스템 운용을 책임지는 ‘IT기획시스템부’ △통합CRM 및 경영정보 부문을 관장하는 ‘IT정보부’ △수신·여신·외환업무를 지원하는 ‘IT계정부’ △고객 지원과 인터넷뱅킹을 담당하는 ‘IT채널부’의 4개부(2008년 12월 기준)로 이뤄졌다. IT 본부는 이들 조직을 기반으로 ‘고객의 성공날개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금융그룹 IBK’라는 경영비전 달성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표준의날 산자부장관상(2006년) △디지털경영혁신대상 지식경제부장관상, 뉴미디어대상 정보화기업부문 기업대상, CIO 어워드 베스트 IT프로젝트(2008년) 등을 수상했다.

◆기업은행 서버 통합 프로젝트

 기업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전사 차원에서 서버 통합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IT 업무 확대로 나날이 늘어나는 서버를 대형 시스템으로 통합, 친환경 IT를 구현하고 IT 운영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기업은행은 기존 서버가 부서별로 분산 구축·운영됨에 따라 서비스 지원 및 관리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고, 연평균 30%씩 늘어나는 서버로 인해 도입 비용과 상면 공간에 부담을 느껴왔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계정계 부문 기간 시스템인 메인프레임을 제외한 550여대 업무 서버 가운데 통합 가능한 서버 394대를 오는 2013년까지 101대로 통합하는 ‘서버 통합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사용 연한이 끝나는 서버 순대로 통합하고 유닉스서버는 동일 제조사 제품별로 대형서버와 가상화기술로, x86서버는 블레이드서버와 가상화기술을 이용해 각각 통합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우선 지난해 11월부터 다음달까지 사용 연한이 지난 서버 13대와 퇴직연금·가상계좌 등 5개 업무에 신규 도입되는 서버 26대를 3대로 통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은 시범사업이 끝나는 대로 1차 사업 계획을 수립해 연내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서버 통합 프로젝트로 5년간 총 150억원에 이르는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예상했다. 특히 이 가운데 유지보수비용 절감액만 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계량 효과 외에 신기술 적용을 통한 자원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과 그린IT 기반 조성에 따른 은행 이미지 개선 등 비계량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