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도 특별한 방법론이 있을까. ‘브레인스토밍’을 창시한 알렉스 오즈번은 뛰어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일곱 가지 창의적 사고기법을 제안했다. 그는 창의적으로 상상하는 방법론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SCAMPER’라고 이름을 지었다. 오늘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첫 번째 ‘S’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한 차원 높은 상상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1. Substitution→대체.
‘A 대신 B를 쓰면 어떨까?’
상상의 세계에서 S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이다. 단순히 ‘A 대신 B를 쓰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머리카락을 뽑아 자신의 분신을 만드는 손오공의 요술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봤을 것이다.
나 대신 누군가 학교에 가고, 숙제도 해주고…. 생각만 해도 즐겁다. 대부분 사람들은 누군가 나를 대신하는 멋진 꿈을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포기한다.
그런데 히로시 이시구로 일본 오사카대학 교수는 이 같은 상상을 현실로 옮겼다. 그는 자신과 똑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어서 강의실에 대신 내보내는 놀라운 시도를 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게 됐을까. 그는 ‘나를 대신해서 X를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의 공식에 ‘로봇’을 넣은 것이다. 여러 분도 한번 다른 단어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나를 대신해서 동식물, 아바타를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피곤한 날에 나 대신 원숭이가 직장에 간다고 상상해보라.
한 가지 사례를 더 살펴보자. 일본 최대의 인재 파견 업체 파소나그룹은 도쿄 도심의 빌딩 지하에 도심농장을 만들었다. ‘농장의 위치를 X 대신 Y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생각의 공식이 나온다. ‘X=위치, Y=빌딩 지하’를 넣었다.
여기서 아이디어의 가치를 따져보자. 여러분은 값비싼 도심지에 굳이 농장시설을 설치할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많은 이가 빌딩 속의 푸른 농원이 삭막한 도시환경을 개선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파소나그룹은 다른 측면에서 바라봤다. 대도시 주민에게 농업교육을 시키게 되면 ‘도시 취농(就農)’이란 산업을 만들고 따라서 새로운 인력수요가 나온다는 2차원적 수요까지 내다본 것이다.
주변에서 회사의 본래 사업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상상 세계의 최고 악의 축은 이러한 고정관념이다.
파소나그룹은 농장을 시골이 아닌 도심지에 만들고 이로써 인력수요를 늘린다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상상기술 ‘S’로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1차원적 사고에서 탈피해 ‘A→B→C’로 연결되는 2차원적 수요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