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의 메카 `G밸리`] 아이케이세미콘

[IT기업의 메카 `G밸리`] 아이케이세미콘

 “한국에서 일상 생활은 굿(Good)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상당히 인내심이 강하고 대부분 친근합니다. 또한 회식 때 삼겹살 안주에 소주 마시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아날로그 시스템 반도체 전문기업인 아이케이세미콘에서 1년 6개월째 재직 중인 세르게이 멜르 연구원은 한국 생활을 이렇게 평가했다. G밸리에 적을 둔 아이케이세미콘의 IC 개발자 10명 중 8명이 동유럽권인 ‘벨로루시 공화국(백러시아)’ 사람들이다. 한국인 개발자 2명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뿐 실질적인 반도체 설계 업무는 모두 벨로루시 연구원들 몫이다.

 아이케이세미콘은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기업 중 외국인 개발자를 주축으로 한 보기 드문 기업이다. 세르게이 멜르씨를 비롯한 벨로루시 8명의 개발자들은 고향을 떠나 IT 강국인 한국에서 아날로그 반도체 전문가로서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이들 모두 E7 비자를 받은 만큼 나름대로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 나이가 많은 편입니다. 제 마지막 열정과 기술 그리고 지식을 한국과 아이케이세미콘에서에서 펼쳐, 마지막 남은 여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올해 한국 생활 4년째인 IC테스트 엔지니어 애드워드 레빈스키씨(54)는 ‘현실적으로 말하고 싶다’며 한국 생활 포부를 이같이 전했다.

 알렉산더 포스트니코프 연구원은 “한국에서 일하는 벨로루시 사람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고 특히 한국에 취업 목적으로 방문한 벨로루시 사람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세르게이 멜르 연구원 역시 “벨로루시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첨단 기술 분야와 중공업, 의학 그리고 화학·농업 분야에서 아주 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벨로루시 양국의 발전을 위한 가교 역할을 담당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모든 분야가 하이테크 쪽으로 흘러가는 데 하이테크 분야 경향을 배우는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이들 연구원은 자신의 업무와 함께 한국을 매우 사랑하고 있다. 피추코 세르게이씨는 “한국은 자기만의 고유의 문화·색깔을 갖고 있고 이방인에게 상당히 친절하다”며 “한국의 자연이 상당히 아름답고 특히 시골이나 산 같은 곳을 가면, 자유와 평화로운 느낌마저 갖는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 생활 초기 어려움도 있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4년째인 알렉산더 포스트니코프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때 생활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화와 언어 그리고 한국사람의 급한 생활 태도 등이 벨로루시와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음식도 문제였다. 포스트니코프씨는 “모든 음식에 고추 가루가 들어가 유럽 사람의 음식습관과는 맞지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한국생활·음식·문화 등에 익숙해져서 별문제 없고 몇 군데 맛있는 단골 한국식당이 생겨 자주 찾는 편”이라며 웃음을 내보였다.

 개발자 8명 모두 벨로루시 사람인 덕분에 커뮤니티를 형성, 고국에 대한 향수를 어느 정도 씻을 수 있다. 휴일이 되면 똘똘 뭉쳐 설악산·경주 등 한국의 유명한 지역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아이케이세미콘은 겉으로 한국 기업이지만 벨로루시 개발자의 피와 땀이 흐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아이케이세미콘 윤경덕 사장은 2006년 1월 주한 벨로루시 대사관에서 벨로루시 명예영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인터뷰-아이케이세미콘 윤경덕 사장

 -개발 인력을 벨로루시 사람으로 구성한 배경은.

 ▲아날로그 반도체 기술은 어려운 분야이다.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 기술 인력을 국내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아 기초 과학이 발달한 벨로루시에서 인력을 구하게 됐다. 또한, 지난 93년 LG반도체 재직 시절 시스템반도체 프로젝트 아웃소싱을 진행하면서 벨로루시와 연을 맺게 돼 현지 지인을 통해 추천받아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개발자를 채용한 데 따른 어려움은.

 ▲2004년 2명의 벨로루시 인력을 처음 채용했다. 초기엔 언어소통·업무 스타일 등의 문제로 내·외국인 간 갈등이 적지 않게 있었다.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처럼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는다. 느긋하게 일하기때문이다. 게다가 외국 개발자들은 똑같이 일하면서 한국인에 비해 월급이 적은 데 대해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을 다수 채용, 나름대로 커뮤니티가 생기고 월급 격차도 줄어들면서 현재 내·외국인 간 갈등이 사라졌다.

 -아날로그 반도체 산업에서 주력하는 분야는.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서 10년째 기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LED 드라이브 IC를 개발, 출시했다. 주요 목표 시장은 가전, 자동차 인테리어 조명, 고출력 LED조명 등이다. 현재 센서와 IC를 결합한 제품을 대기업과 개발 중에 있다. 광 센서와 IC를 결한 제품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 매출 105억원을 올렸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