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을 깨고, 극지 연구의 새 역사를 쓴다’
오는 9월 우리나라 극지 연구 역사의 새 장이 열린다.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남극조약 회원국 20개 국가 중 폴란드와 함께 쇄빙선이 없는 두 나라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보급 및 남극해에서의 연구활동을 위해 매년 다른나라 선박을 임차해 쓸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연구내용과 시기, 장소 등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2010년부터 아라온호가 정상운항을 시작하면 주도적인 극지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아라온호는 2004년 기본설계, 2005년 실시설계를 통해 주요제원 및 사양을 확정했다. 2007년 1월에는 그간 확정된 사항을 기본으로 조달청을 통해 한진중공업과 건조계약을 체결하고, 건조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까지 약 76% 건조율을 보이고 있다. 이배는 오는 4월 쇄빙연구선 핵심장비인 추진기를 탑재한다. 이어 5월에 진수 후 각종 시운전 및 장비점검을 거쳐, 9월 극지연구소에 인도될 예정이다.
아라온호 건조에는 총 1030억원이 투입됐다. 길이 111m에 폭 19m로 총 6950톤 규모이며, 최고속도 16노트(시속 약 30㎞)로 항해할 수 있다. 시속 3노트로 1m 두께의 얼음을 연속쇄빙할 수 있다. 최대 승선인원은 85명이며, 선체에 헬기 착륙장 및 격납시설을 갖추고 있어 쇄빙연구선으로 접근 할 수 없는 지역에도 헬기를 활용한 연구지원 및 물자보급이 가능하다.
아라온호는 일반 쇄빙선과 달리 다양한 연구장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배 밑바닥에 장착돼 음파를 이용해 바다 밑바닥 형상을 3차원으로 재생하는 대중빔 해저지형 탐사기기(Multibeam echo sounder)를 비롯한 수십종의 연구장비가 설치된다. 이를 통해 △온실기체에 대한 극지해양의 역할 규명 및 해저지질 △해양생물 연구 △극지해역 및 대양역에서의 자원분포 데이터베이스 축적 등이 가능하다.
물자보급 능력도 뛰어나 최대 31개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고, 25톤급 크레인과 바지선을 활용한 화물적재 및 하역기능을 보유해 자체적인 극지기지 물자보급이 가능하다.
극지연구소는 아라온호 건조 완료를 앞두고, 승선할 선원을 뽑고 있다. 선발이 끝나면 상반기 중에는 승선인원을 대상으로 첨단장비에 대한 파견교육을 포함한 장비교육 및 쇄빙항해 운항교육을 실시한다.
남상헌 극지연구소 쇄빙연구선사업단장은 “아라온호 보유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됐다”라며, “극 해역 연구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 단장은 “외국 쇄빙선을 임차해서 사용할 경우 휴대형 연구장비 밖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아라온호에는 배에 직접 설치하는 연구장비를 달 수 있어 연구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세계 어느 쇄빙선보다 연구능력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쇄빙선이란
극지 해역 등지에서 얼음을 깨면서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선박을 말한다. 얼음을 깨면서 일정한 속도로 나아가기 위해 쇄빙선은 출력이 매우 큰 엔진을 사용한다. 때로는 얼음에 올라타 배의 무게로 얼음을 눌러 깨기도 하므로 배 자체의 무게가 무거울 뿐 아니라 무게중심을 쉽게 옮기는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