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우 부회장, 최지성 사장 ‘투톱’ 체제 성공의 관건은 효율성이다. 효율을 높이는 첫째 조건은 조직이다. 조직이 가벼우면서 빨라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인력 슬림화는 기본 전제며, 사업부 독립 경영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고 삼성이 모토로 내세운 ‘현장 경영’ ‘속도 경영’이 빛을 발한다.
21일 조직 개편에서 삼성전자가 이윤우, 최지성이라는 스타급 CEO를 부문장에 앉히고 기존 사업부에는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 해당 사업에 관해 사업부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때문에 두 수장이 과감하게 사업부장에게 권한을 위임해 사업부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꿔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과 속도 경영을 모토로 부품과 세트로 사업 부문을 양분한 데는 부품에서 세트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사업 구조로는 더 이상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오히려 사업 부문 독립 경영제 형태로 운영할 때 혹독한 경기 불황기, 불황기 이후 산업 재편이 끝난 상황에 더욱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 부품과 세트는 가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 부품은 생산 현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도체·LCD 모두 따지고 보면 ‘수율’과의 싸움이다.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한 장치 산업이고 수율을 얼마나 높이는지가 관건이다. 높은 수율이 바로 고수익을 보장해 준다. 반면에 세트는 재고 관리와 마케팅이 우선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도 “세트는 ‘확률 게임’”이라며 “가령 휴대폰 10개 제품 중에 2개의 히트 제품이 나오면 성공하는 식”이라고 세트와 부품 분리 배경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효율성 측면에서 성격이 다른 산업을 총괄적으로 한 지붕 아래에서 운영해서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조직의 효율성은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 재임 기간 내내 새로운 삼성전자의 밑그림을 그리는 키워드로 부상할 것이다.
투톱 체제의 또 하나의 중요한 미션은 ‘이재용 체제’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 기간이라는 점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조직 혁명’이라 부를 정도의 파격적인 개편을 이재용 체제와 연관하는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지만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일련의 인사·조직 개편은 과도기적 상황을 돌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역전 노장이 대부분 퇴진했지만 과거 이재용 전무의 직·간접적인 후원그룹은 여전히 포스트 역할을 맡고 있다.
이재용 전무가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 조직을 추스를 시간을 번 셈이다. 게다가 이재용 전무로선 세대교체를 거쳐 앞으로 삼성을 이끌 검증된 인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은 삼성전자를 이끄는 ‘투톱’으로서 조직을 더욱 효율화해 위기 상황을 돌파하면서 ‘이재용 체제’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