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시네마 읽기]설날엔 미자와 춤을

[한정훈의 시네마 읽기]설날엔 미자와 춤을

 ‘설날엔 미자와 함께!’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올해는 휴일이 나흘밖에 되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설날은 추석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임이 분명하다. 이맘때면 많은 매체에서 설날맞이 영화, 연극 등을 소개한다. 그러나 특집이 모두에게 유용한 것은 아니다. 이마저도 그림의 떡인 사람이 많다. 취학 전 아동을 둔 가정이나 명절 기간 만날 사람 하나 없는 솔로 남녀들은 이런 기사에 체화되지 못한다. 이들을 위해 미자를 소개한다. 미자가 누구냐고? 노총각에겐 아쉽지만 미자는 사람이 아니다. 미드(미국 드라마)와 자드(케이블 자체 제작 드라마)의 줄임말이다. 수면의 과학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명절엔 뭐니뭐니 해도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최고다. 최신작을 중심으로 2명의 미자를 소개한다.

 ◇뱀파이어와의 조우, 트루 블러드=현재 뱀파이어를 그린 영화 ‘트와일라잇’이 인기지만 그를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트루 블러드’는 스크린에서만 활동하던 뱀파이어를 브라운관으로 모셔왔다. 최근 시즌1이 마무리된 트루 블러드는 뱀파이어가 주된 재료지만 양념이 독특하다. 뱀파이어들은 일본에서 개발한 인조 혈액 ‘트루 블러드’가 대중화되자 은둔생활을 접고 세상에 나오게 된다. 인간 수키(안나 파킨)는 이런 뱀파이어가 궁금하다 못해 그중 한 명인 빌(스티븐 모이어)과 사귀기까지 한다. 그러나 사랑은 쉽지 않다. 세상은 이종 간의 결합을 지지하지 않는다. 수키는 ‘제발 우리를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외치지만 피를 먹는 애인과의 만남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빌이 가는 곳마다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은 둘을 더 꼬이게 한다.

 트루 블러드를 만든 곳은 바로 HBO다. 느낌이 오지 않는가. 트루 블러드엔 남녀 팬을 동시에 감동시킬 로맨스와 노출이 있다. 표현 수위는 케이블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든다. ‘식스 피트 언더’를 선보였던 앨런 볼이 다시 각본과 연출, 제작을 다시 맡은 시즌1은 미국에서 이른바 대박을 쳤다. HBO 역사상 톱3의 시청률로 시즌2가 확정된 상태.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에선 트루 블러드를 정식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국내 팬들이 점점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서울 쿵푸에 빠져들다. 서울무림전=한국에서 자드(자체 제작 케이블 드라마)로 살아남기란 만만치 않다. 지상파 드라마의 공세를 견디기도 힘들고 ‘패밀리가 떴다’ 등 예능 프로그램과의 경쟁도 버겁다.

 그렇다고 생존 방법이 아예 없진 않다. 자드가 생존하기 위해선 무조건 달라야 한다. 여기 생존력 200%인 자드가 있다. MBC드라마넷의 ‘서울무림전’은 케이블TV에서만 방영된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의 작품이다. 의욕 찬 출발만큼 현재 시청률은 좋지 않지만 촉이 없는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꼭 봐야 하는 걸작 중 하나로 연휴 동안 몰아보기 딱이다. 서울무림전의 매력은 살아 있는 캐릭터다. 서울무림전은 무공의 고수들이 2008년 현재 서울에 비밀스럽게 그 명맥을 유지, 은둔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별 볼일 없는 백수가 부모의 죽음으로 무공에 입문하게 되면서 무공을 수련하고 악과 맞서 싸우면서 진정한 용기와 신념, 세상의 정의로운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청년의 성장 스토리가 메인 테마다. 전형적인 무협 영화의 프레임을 가진 셈이다. 여기에 OST는 덤이다. 특히, 노브레인의 ‘드래곤 파이터’는 활기차고 역동적인 드라마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이다. 물론 엉성한 점도 있고 튀는 내용도 간혹 나오지만 이는 ‘생활 스크래치’에 가깝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