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업체, 그룹 내 위상 높아졌다

 최근 대기업 계열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의 위상이 급상승하고 있다. 과거 그룹 전산 서비스 업체 정도로 취급받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흐름이다. 이는 IT융합 트렌드로 전통기업에서도 IT기술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대외 사업 드라이브로 이른바 ‘밖에서 벌어오는 돈’이 대폭 늘었다는 것도 서열 변화의 또 다른 이유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SK그룹 등 대그룹에서 IT서비스 계열사를 보는 시각이 ‘소외’에서 ‘환대’로 점차 바뀌고 있다.

 삼성그룹은 얼마 전 인사를 내고 삼성SDS 김인 사장을 삼성네트웍스 사장으로 겸직시켰다. IT서비스의 시각에서 네트워크 사업까지 관장하게 된 것이다. 이 결정으로 삼성SDS의 위상이 급상승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향후 네트웍스와의 합병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그룹의 핵심 경영진인 김신배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K C&C는 얼마 전부터 계열사 전략 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그룹 내 중요 현안을 논의하는 핵심 계열사 간 모임으로 상시조직은 아니다. 그러나 현안이 있을 때마다 SK에너지·SK텔레콤 등 5∼6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SK C&C는 초창기엔 대상이 되지 못했지만 최근 회의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정보통신이다. 롯데정보통신은 IT서비스 업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IT인프라를 중요시하는 핵심 경영진의 의중 아래 롯데가 인수(M&A)하는 모든 회사의 전산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처음처럼’의 두산주류까지 인수하고 만약 제2롯데월드가 허용돼 구축될 경우 그룹 내 위상은 더욱 올라갈 예정이다. 매출액도 점점 올라,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 중 중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환대의 이유는 ‘IT서비스 업체의 실질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그룹에서 IT서비스 회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일이 일어난 적이 있다.

  지난해 삼성SDS가 신사업을 위해 만든 EO사업부는 기업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소비자 시장에 투영,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시장에 안정 공급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SK C&C는 몇 년 전 SK텔레콤이 추진한 ‘NGM’ 프로젝트가 IBM도 힘들어할 정도로 까다로웠지만 몇 번의 시행 착오 끝에 완벽 수행했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또 대외사업이 늘고 있다는 것도 위상 강화에 큰 요소다. 과거 IT서비스 계열사는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다른 계열사에 의존한다는 비아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LG·SK 등 빅3 뿐만 아니라 포스데이타와 같은 업체도 공공을 포함한 대외 사업 비중이 두자리 수를 넘어 오히려 수출 업체로 분류되기도 한다.

 SK C&C 관계자는 “과거엔 현장에서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위상 차이가 심했다”며 “그러나 최근 IT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서비스 계열사를 보는 눈부터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