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미래모임]IT 융합정책 현재와 미래

 IT가 자동차, 조선, 항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는 융합IT 비즈니스가 IT 업체의 신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력산업과 IT산업 간 인식의 속도차, 법 제도 미비 등 융합IT 비즈니스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등의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은 지난 21일 저녁 서울 삼정호텔에서 ‘IT와 융합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1월 정기토론회를 개최했다. 남궁민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이 ‘2009년 산업IT 융합 정책방향’에 대한 주제발표자로 나섰고 강태헌 이너비트 대표, 박종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장, 김도영 한국MS 이노베이션센터장, 양상우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전문위원이 패널 발표에서 구체적인 사례와 당면 과제를 짚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자동차, 조선 등 국내 대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에서 융합IT를 이끌어내고 법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융합 시장에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벽 허물고 기회 살려야=참석자들은 주력산업과 IT산업 간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융합 시대에 눈앞에 놓인 기회를 충분히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 LG, SK 등 굴지의 대기업과 중소IT기업들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융합IT를 충분히 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도영 한국MS센터장은 “현대자동차와 차량IT혁신센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대기업일수록, 글로벌기업일수록 융합에 대한 인식 벽이 크다는 것이었다”며 “서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벽을 허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갑 고려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SW기업들은 기술은 있지만 브랜드 가치가 없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삼성, LG, SK 등 굴지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과 협력하고 테스트도 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강태헌 이너비트 대표는 “한국에도 HP나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같은 벤더들이 있었다면 국내 SW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조선업체, 디지털TV, 휴대폰 업체들과 함께 융합비즈니스를 고민한다면 글로벌SW기업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 제도 정비 시급=융합 비즈니스가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법 제도 정비가 거론됐다. 기술과 서비스가 개발돼도 법 제도에 가로막히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제호 성균관대 교수는 “새로운 융합산업이 성장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조정 능력이 가장 중요해졌다”며 “u헬스케어의 사례를 봐도 기술적인 성공은 이뤘지만 복지부의 규제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신시장이 열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상철 RFID/USN센터장은 “기술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법률 전문가도 융합시장에 들어와 전체를 꿰뚫을 수 있는 IT거버넌스를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동의했다.

 김병초 한국외대 교수는 “국내 IT 시장이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존 대기업이 현재 지배력을 이용해서 다른 산업을 저해하는 것을 적절히 통제하는 분배, 관리, 모니터링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경희대 교수는 “누군가 막고 있는 규제를 푸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외국 기업보다는 국내 기업을 보호해줄 수 있는 고단수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이 같은 의견에 주제발표를 한 남궁민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법 제도 개선은 부처끼리 논의하기보다는 범정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IT 융합 관련 법 제도 개선사항을 발굴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인력양성 체계 갖춰야=융합 비즈니스를 선도하기 위한 인력 양성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인력 양성 투자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박종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장은 “전통 주력산업과 IT가 융합해서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융합 인력을 전문적으로 많이 양성해야 한다”며 “융합에 따라 새로운 성공 아이템의 모델을 찾을 수 있다는 진지한 고민과 도전 정신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형 경희대 교수는 “현재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융합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융합은 특히 월드베스트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에서 이미 인재들은 IT나 융합, 이공계에 관심이 멀어졌다”고 말했다. 또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진행한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만큼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융합 비즈니스 기회를 중소 SW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