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 대학들이 발표한 해외캠퍼스 설립 계획이 기존 방안보다 축소된 지사(브랜치 오피스)개념으로 바뀌거나 설립이 잠정 중단되는 등 공수표로 전락할 처지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국내 주요 대학이 지난 해 앞다퉈 발표한 해외캠퍼스 설립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 미비와 예산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대는 2010년 이전까지 미국 LA에 ‘서울대 브랜치’ 설립을 마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학 형태가 아니라 현지에서 랭귀지스쿨(어학원) 형태로 시작·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외국 학생들이 서울대에 관심이 있으면 들러서 정보를 가져갈 수 있는 오피스 개념”이라며 “서울대와 미국 주재 대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LA지역에 분교 설립을 발표한 고려대도 기존 계획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2월 중순께 LA로 떠나 캠퍼스 설립에 필요한 제반사항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려대 측은 “한국학과 국제비정부기구(NGO) 전공 등을 갖춘 기숙사형 분교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기숙사 설립은 확정된 것이 없고 석사과정을 갖췄다는 것 외에는 구체화 된 게 없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아예 해외 ‘캠퍼스’가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 개념으로 전환했다. 20개 글로벌 거점에 오피스를 마련해 해외로 나서 공부하고 있는 이화여대 학생들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바꿨다. 얼마 전 뉴욕, 베이징, 보스턴, 독일, 홍콩 등 12개 거점이 완료됐다. 이화여대 홍보팀은 “현지에 교환 교수로 가 계신 분들이 학생들을 상담해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한양대 파키스탄 분교 추진은 현지 재정상태 악화라는 암초에 걸려 설립이 잠정 중단됐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신청을 승인받아 파키스탄 정부의 국고가 동결됐기 때문이다. 한양대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시기가 조금 늦춰지는 것일 뿐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충남대 역시 국정 감사에서 국부 해외 유출 등의 여론 뭇매를 맞아 LA 분교 자체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자율화 2단계 추진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규정이 완화되고 있어 해외 캠퍼스 설립은 한층 쉬워질 것”이라며 “그러나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채 ‘한 건’식의 과시형 발표가 남발되면 건전한 분교 설립 풍토가 조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