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막 피어난 세계 LED`시장 선점하자

 삼성이 비상 경영 상황서도 LED 사업에 적극 나서려는 것은 막 개화한 세계 LED 시장에서 ‘본 게임’을 벌여보겠다는 뜻이다. 선행 기술을 조기 확보하는 동시에 양산 경쟁서 뒤지지 않기 위해 독립 법인 설립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10년간 삼성의 제조업을 떠받쳤던 반도체·LCD·휴대폰이 성장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지금부터 AM OLED와 LED 등으로 향후 10년뒤 미래 사업의 틀을 갖추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LED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해외 경영수업후 복귀할 때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삼성이 공격적인 진용을 갖추면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LG그룹의 LED 사업 의지에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왜 독립 합작법인인가=한마디로 삼성이 전세계 LED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 대열에 나서기 위해 불가피한 결단이다. 특히 에피 웨이퍼는 LED 제조 공정중 기술적 난이도가 가장 높고 투자 규모도 방대하다. 종전처럼 삼성전기의 일개 사업부 단위로는 투자를 소화해 내기 어렵다. 또한 LED 칩 공정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정과 동일해 삼성전자의 양산 기술을 그대로 활용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한때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의 LED 사업마저 흡수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풍문일 뿐이었다. 가뜩이나 삼성전자의 사업·조직 구조가 비대한데다 잠재력이 큰 신사업의 자생력을 조기 확보하기 위해 독립 체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LED의 사업범위=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함께 삼성 내부에서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는 대목은 신설 법인의 사업 범위다. 일단 신설 법인은 삼성전기의 LED 사업을 그대로 분할해 핵심 전공정인 에피웨이퍼와 칩, 패키징을 전담하는 방안은 확정적이다. 이후 외주 가공 단계인 모듈 공정과 세트(조명)를 삼성전기에 남겨둘지, 신설법인이 전부 흡수할지는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모듈 라인 이전에 대해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로선 신설 법인이 모두 가져가는 것이 최선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신설 법인이 출범하더라도 올해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대규모 양산 투자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삼성전기·삼성전자의 MOCVD 발주 물량만 합쳐도 80여대로 적지 않은 규모다. 대신 김재욱 초대 사장 내정자가 ‘생산 기술의 달인’이라는 별칭답게 양산 라인 조기 안정화와 선행 기술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과거 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LED 칩 기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도 결국 실패했던 전력도 뼈아픈 경험이 있다.

 ◇삼성전기의 활로는=삼성이 독립 법인으로 LED 사업을 떼내기로 하면서 삼성전기의 미래 사업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사업인 LED 사업을 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력인 PCB·MLCC가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더욱 가속화하고 에너지·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내 새로운 부품 사업을 모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성전기는 당초 LED부문에 계획된 투자계획을 신성장부문으로 집중해 조기 사업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강호문 사장이 삼성전자와 협의 과정에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결국 새로운 분야에서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캐시카우 육성을 위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한·이동인·안석현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