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국내영업 "가전 유통 지존 가리자"

삼성·LG 국내영업 "가전 유통 지존 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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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미소 속에 감춰진 비수는 날카롭다. 조직 속에 조그마한 빈 틈만 보여도 상대방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고 바로 낚아챈다.

 국내 전자제품 유통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총성없는 유통전쟁’ 양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전자제품 수요는 한정돼 있고 수익률 싸움에 남의 것을 빼앗아야 한다. 국내 가전유통의 70% 이상을 양대산맥이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박석원(51) LG전자 한국지역본부 부사장과 지난 인사에서 한국총괄로 발령난 신임 박재순(50) 삼성전자 전무. 국내 영업 최전선을 누비며, 이제 칼끝을 경쟁사에 겨누게 됐지만 이들에겐 의외로 공통점이 적지 않다.

 ◇가전 미국유통 산증인=박 부사장은 디지털 시대에 전략과 추진력, 실적을 인정받는 인재다. 이에 반해 박 전무는 올해 처음으로 국내 영업의 수장이 된 ‘루키’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영업 노하우는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해외에서 한 가닥씩 해본 솜씨 들이다.

 1982년 LG전자에 입사한 박 부사장은 2006년 전략기획팀장 겸 부사장을 거쳐 48세인 2007년 하루살이 전쟁터인 국내 영업의 최고 사령관에 올랐다. 박 전무 또한 1983년 삼성전자 VTR 수출1과에 입사해 2004년 북미 가전영업법인장을 거쳐 지난 인사에서 한국총괄로 우뚝 섰다.

 이들은 모두 현장 제일주의자다. 당연히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특히 두 야전사령관은 북미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한복이 아니라 첨단 기술강국의 이미지로 바꿔놓았다.

 1994년 캐나다법인장을 지낸 박 부사장은 LG전자 미국 유통자회사인 제니스를 거쳐 1999년 DA 북미팀장을 역임했다. 박 부사장은 치열한 미국 디지털TV 시장에서 LG전자를 제조사 가운데 시장점유율(6.7%) 상위 5위에 올려놓았다. 2003년 LG전자가 ‘LG’ 브랜드를 부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때 고급 제품은 LG브랜드로, 중저가는 미국 자회사인 제니스를 활용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점유율도 확대하는 이원화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박 전무도 미국 디지털TV 시장에서 삼성전자 TV가 시장점유율 26.7%로 1위에 올라서게 한 주역이다. 그도 박 부사장과 같이 캐나다 법인장을 역임했다. 당시 박 전무는 캐나다 IT 시장에서 삼성의 휴대폰과 모니터를 1위에 올려놓았다. 이로 인해 2004년 북미총괄 가전영업책임자로 발탁됐다. 박 전무는 미국에서도 부임 3년 만에 가전제품 매출을 20억달러에서 60억달러로 3배 이상 성장시키는 공적을 남겼다.

 ◇피할 수 없는 국내유통=미국 가전유통의 산증인들이 다시 국내에서 만났다. 사실 가전제품은 돈 되는 분야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주된 수입원은 반도체와 휴대폰이고 LG전자도 휴대폰 부문에서 주된 이익을 거둔다. 가전분야는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기가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등 부품을 제외하고 국내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려 했으나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알토란 같은 성적을 냈다.

 반도체, 부품과 휴대폰을 제외하면 양대 산맥의 매출액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에어컨에서 LG전자가 이겼다면 TV는 삼성이 앞섰다. PC에서 삼성전자가 월등하다면 세탁기에서는 LG전자가 크게 앞서는 형국이다.

 박 부사장은 최근 한국지역본부 조직을 크게 흔들었다. 신규 사업강화와 B2B부문 경쟁력 확대를 위해 지역 마케팅센터를 27개로 통폐합했다. 삼성전자도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미국 가전영업책임자인 박 전무를 한국총괄 자리에 앉혔다. 박 부사장과 박 전무는 조직에서 알아주는 기획 및 전략통이다. 다만 박 부사장이 철저한 현장주의자라면 박 전무는 튼튼한 기본기를 갖춘 영업통이다. 또 박 전무가 삼성 문화와 달리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대단하다면 박 부사장은 친근하고 세련된 스타일이다.

전투는 이제부터다. 두 회사의 전선은 전국에 걸쳐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격전을 치러야 하는 이들은 숙명의 라이벌이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