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 확대에 맞춰 경영 목표를 전면 재조정한다. 올해 세계 경기의 위축으로 정보통신·휴대폰·반도체 등 부문별로 마이너스 성장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수익률에 연연하기보다 시장 점유율을 높여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수익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공격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가치와 시장 지배력을 높여 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28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DMC) 부문과 다음달 초 열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영전략회의에서 이러한 방침 아래 기본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경영 일정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정보통신 부문은 고가와 저가 제품 비중을 대폭 늘려 올해에도 작년에 이어 2억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이 올해 휴대폰 시장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5∼10% 줄어든 11억대가량으로 예측하는 것과 비교하면 공격적인 목표다. 이명진 삼성전자 상무는 “휴대폰은 고가와 저가 제품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중가 시장이 크게 줄 것”이라며 “스마트폰 비중을 작년의 2배 이상으로 늘리고 50달러 미만 제품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TV도 중소유통까지 판매 채널을 확보하고 신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평판TV는 10%가량 성장하지만 전체 시장은 2∼3% 역성장할 것이라는 게 삼성의 예측이다.
프린터와 복합기 부문도 기업과 공공(B2B) 시장을 적극 공략해 점유율을 크게 올려놓는 것을 골자로 사업 계획을 조율 중이다. 반도체는 낸드플래시보다 시스템LSI 쪽에 맞춰 대응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3∼4월이 지나봐야 시황 예측이 가능하지만 낸드 성장률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경기 침체지만 마케팅 비용은 작년과 같은 수준인 매출액의 3∼4%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와 조직 개편이 늦어지면서 전체 일정이 예년에 비해 다소 뒤처진 상황”이라며 “아직 환율·시장 상황에 변수가 많아 올 전체 사업 목표는 내놓기 힘들더라도 상반기 계획만큼은 (경영전략회의에서)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반도체·LCD 가격 하락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쳐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 분기 기준 영업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매출 33조원과 영업손실 7400억원을 냈으며 연결(글로벌) 기준으로도 영업손실 9400억원과 순손실 200억원을 봤다. 그렇지만 연간으론 매출 118조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 100조원대를 넘어섰다. 영업이익 5조7000원도 달성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손실을 낸 것은 지난 2000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한계 상황까지 몰린 외국 경쟁사의 추락과 비교해 선방했으며, 불황 속에 시장 점유율을 높인 점은 경기 회복기 이후를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강병준·이성현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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