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최근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인 A사는 교육사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하려고 한 M&A 자문사를 찾았다. 현금유동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시스템통합(SI) 사업이 경기 불황으로 고전하기 때문이다. 이참에 불황에 덜 민감한 교육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자사가 강한 네트워크 부문을 결합해 온라인 교육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사례2:한 컨설팅 자문사는 새해 벽두에 DVR 기업 매물을 찾아달라는 주문을 여러 건 받았다. 미국 등 세계 시장이 경기 불황으로 생활고에 생계형 좀도둑이 늘면서 DVR 등 보안장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열리고 있다. 경기가 하반기 바닥을 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조심스럽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매수자들이 M&A 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외국계 자본도 속속 국내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 M&A 성사 사례는 자본시장 경색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줄었지만 매물을 찾는 기업은 부쩍 늘고 있다. 현금유동성을 쌓은 기업도, 내부 조직 슬림화 작업을 마친 기업도 외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현장 둘하나벤처컨설팅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로 급감했던 M&A 자문 문의가 올해 들어 6군데 정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반기 개점휴업 상태였던 M&A 컨설팅사에 주문이 속속 이어졌다. 이른바 ‘부티크’로 불리는 소형 컨설팅 자문사를 찾는 기업의 발길이 늘고 있다. 신 사장은 구조조정이 건설사에 이어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되면서 매물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빛컨설팅과 벤처에셋홀딩스 등의 M&A 컨설팅 자문사도 M&A 매물을 찾는 기업의 주문이 늘었다고 밝혔다. 부티크를 찾는 기업 대부분은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자체 자금으로 M&A를 시도하는 기업이다. 증권사, 은행, 벤처캐피털 등 자본 시장이 경색돼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자 돈을 쥔 사기업이 M&A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최근 한 업체는 정부의 신성장전략이 나오자 차세대 무선통신시스템에 이용할 광통신업체 인수에 착수했다.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선 건설업체는 물론이고 LED, 전자부품, 2차전지, DVR 업체 등 매수 대상도 한층 다양해졌다.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분야의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워 오히려 투자 쪽으로 선회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경규 벤처에셋홀딩스 대표는 “경기침체가 최근 본격화하면서 기존 사업의 성장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다”며 “교육, 전자부품, 2차전지 등 관련 분야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황상운 동양창업투자 본부장은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등 신성장동력 사업의 매물은 찾기도 어려운 상태여서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는 사모펀드(PEF) 등을 결성해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자금도 M&A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블랙스톤은 이달 600만달러를 들여 한국법인을 세우고 최대 2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MBK파트너스도 올해 15억달러를 국민연금과 함께 투자한다고 신고했다.
황상운 본부장은 “블랙스톤 등 외국계 자금이 본격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국내 자산가치 급락으로 그만큼 기업의 매력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며 “M&A가 본격화할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