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확한 경제전망이 필요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대기업 실적이 4분기에 크게 나빠졌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마저 흔들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해외법인, 자회사 등을 포함한 글로벌 연결 기준으로 7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충격을 줬다. 본사 기준으로는 1조원에 육박하는 94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냈다. 지난 2000년 3분기 처음 실적공시(IR)를 시작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보인 것이다.

 LG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4분기 10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본사 기준으로는 309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사상 최대인 13조3708억원이었지만 각 사업 부문에서 수요감소에 따른 경쟁심화로 영업이익률은 0.8%에 머물렀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 5.6%,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3.4%를 각각 기록, 지난 1998년도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4분기 성장률이 급전직하하면서 결국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예상치의 반토막에 불과한 2.5% 성장에 그쳤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7% 성장 목표가 그야말로 무색해졌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긴장하고 있다. 1월 말인데도 사업계획을 잡지 못한 기업이 수두룩하다. 전경련 회원사조차 사업계획을 못 낸다.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못 잡는 데엔 정부의 갈팡질팡한 행보도 한몫했다. 지난해 성장률 목표치를 몇 번씩 뜯어고쳤다.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와 여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3% 성장 목표를 고집했다. 심지어 대통령이나 경제부처 장관의 입에서 나온 전망조차 흔들렸다.

 국내외 금융·증권사와 경제단체, 연구소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경고하는 지금도 정부는 여전히 2∼3% 성장론을 펼친다. 이쯤 되면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오죽하면 정부 측 의견을 주로 반영하는 KDI조차 0.7% 성장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다시 내놨을까 싶다. 정부도 목표 하향조정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7%에서 마이너스 성장까지 현실 문제를 인식하는 정부의 경제 지표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앞을 보기 힘든 안갯속에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목표치를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맞히면 본전이고 못 맞히면 온갖 비난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은 경제를 이끄는 경제팀의 업보다. 정부는 ‘경기는 심리’라며 현실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건 전망치와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클 때는 신뢰가 허물어진다. 불신이야말로 ‘경기 심리’를 좀먹는다. 이명박정부 1기 경제팀이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정부가 현실에 기반을 둔 정확한 경제성장 전망을 내려주기를 원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경기 저점에 대비하는 환율계획과 부품 수입계획, 수출계획을 명확히 세울 수 있다. 정확한 경기전망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에 필요조건이며 경제 회생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