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펠로`도 못피한 인사 태풍

 삼성그룹 최고 브레인인 삼성펠로도 이번 인사 태풍을 쉽게 비켜가지 못했다.

 ‘삼성 펠로’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으면서 그룹의 신수종, 전략사업 개발에 큰 공헌을 한 ‘S급’(천재) 핵심 기술 인력에게 수여하는 명예직으로 연간 10억원의 연구비와 본인 명의 단독 연구실과 연구지원팀 등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받는다.

 28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2002년 ‘삼성펠로’ 제도를 도입한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선임된 삼성펠로 13명 중 3명 이상이 이번 조직 개편 때 물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삼성종합기술원은 4명 △삼성전자 7명(반도체 5명, LCD 1명, 디지털미디어 1명) △삼성전기 1명 △삼성중공업 1명 등의 삼성펠로를 각각 배출했다.

 특히 삼성펠로 최대 배출 사업부인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의 삼성펠로 5명 중 2명이 이번 인사 때 고배를 마셨다. 반도체 총괄 내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과 메모리사업부 패키지 개발실장이 아쉽게도 물러났다. 삼성종합기술원의 삼성 펠로 1명도 함께 낙마했다. 삼성그룹이 단행한 사상 초유의 조직개편 탓에 삼성펠로 4명 중 1명꼴로 희생양이 됐다. 과거에는 삼성 펠로가 승진 인사때마다 약진하면서 기염을 토했지만, 부사장 직급이 한계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현장경영을 대폭 강화하고 젊은 임원들을 핵심 요직에 포진하면서, 삼성 펠로라는 영예보다는 실무형 임원들을 발탁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53세 이상 삼성펠로 상당수가 물러났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지난 4분기 7년 만에 반도체 처음 적자를 내면서 반도체 부문의 삼성펠로가 상대적으로 낙마율이 높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 펠로’는 기술 장인으로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과거 승진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된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인사는 연한에 따라 좌우되고, 승진과 탈락은 삼성 펠로라고 해서 예외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내 삼성 펠로인 김기남(51세) 부사장(반도체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은 반도체연구소장에, 김창현 전무(50세) 전무(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 ADT팀장)은 상품기획팀장, 이원성(50세) 부사장(메모리연구소장)은 LSI개발실장, 김상수(53세) 부사장(LCD총괄 LCD기술센터장)은 모바일디스플레이팀장으로 각각 보직 이동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