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야기] 와인과 명절음식 궁합

[와인 이야기] 와인과 명절음식 궁합

 우리의 명절 설날이 지난 지도 며칠됐다.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 세배도 하고 친척들과 맛있는 차례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게 전형적인 우리 민족의 정겨운 모습이다.

 설이나 추석 같은 우리 고유의 명절에 차례 음식과 와인은 과연 잘 어울릴까. 명절 음식은 보통 때의 음식보다 양념을 덜 사용하므로 와인과 훌륭한 궁합을 이룬다.

 우선 차례 음식의 대표성을 띠는 전요리는 생선·호박·두부 등으로 만들어 음식이 담백해 모든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특히 쇼비뇽 블랑은 깔끔하고 알맞은 과일향 때문에 음식의 맛을 더욱 돋워준다.

 잡채도 명절 음식에 많이 쓰이는 요리로서 가벼운 피노누아나 보졸레 등이 잘 어울린다.

 쇠고기 요리는 대체로 약간 다져서 굽기 때문에 서양요리의 촙 스테이크와 비슷하며 메를로나 카베르네 쇼비뇽이 좋다.

 그리고 떡국이나 송편에는 쇼비뇽 블랑이 아주 잘 어울린다.

 명절이 지나면 떠들썩했던 잔치의 여운과 많은 음식이 남게 마련이다. 대부분 명절 음식이 남으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이 비빔밥에는 각종 나물류와 생선, 고기류 등 다양한 음식을 섞어 먹게 된다. 이런 비빔밥에 어울리는 와인은 말벡 종류가 좋다.

 말벡의 약간 강한 타닌과 산미, 감미 등으로 여러 종류의 음식이 섞인 비빔밥을 훨씬 맛있게 식욕을 돋워준다. 그러나 한식은 음식이 한꺼번에 차려 나오게 되므로 음식에 맞추어 일일이 와인을 골라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면 된다. 너무 격식을 따져 마실 필요는 없다. 와인도 음식에 어울리는 술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한식에 어울리는 와인은 쇼비뇽 블랑과 말벡이다. 양념으로 음식 향이 강하므로 이를 중화시키고 와인의 맛을 느끼기 좋기 때문이다. 아직도 설 음식이 남아 있으면 비빔밥을 만들어 와인과 함께 드시기 바란다. 색다른 맛을 느낄 것이다.

  구덕모 와인앤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