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테크]투명망토

[핫테크]투명망토

 투명인간에 대한 생각은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품어 봤음직한 판타지다. 목욕탕처럼 금지된 공간을 몰래 드나드는 상상에 미소지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이 상상 속 판타지가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영화 해리 포터에도 등장했던 투명망토를 실현할 기술개발이 구체적인 진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망토는 과학전문매거진 뉴사이언티스트가 선정한 ‘30년 안에 현실화될 10가지 품목(a list of the top ten gadgets which could become reality by 2039)’에 포함될 정도로 상당한 관심과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0년 내 상용화도 점치고 있다.

 최근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투명망토 실현에 필요한 ‘메타물질(metamaterial)’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알고리듬을 개발한 루오핑 리우를 비롯해 천린 리, 데이비드 스미스 등 이 분야에서 오랜 연구활동을 펼쳐온 교수 및 연구원들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앞서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지난 2006년 성과보다 훨씬 구체화된 결과물을 가져왔다.

 투명망토의 원리는 뭘까. 우리는 물체에서 반사되는 가시광선 등을 통해 물체의 색과 형태를 인식한다. 따라서 빛의 반사를 제어하면 물체를 투명하게 보일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투명망토는 나노 스케일의 메타물질을 이용해 물체에서 가시광선이나 마이크로파가 반사되는 것을 차단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듀크대 연구진은 물체 주위에 감싸고 있는 전자기파를 조종할 수 있는 투명망토를 이용해 빛의 반사를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원리와 함께 1만개의 미세 유리섬유로 이뤄진 20(가로)×4(세로)×1(두께)인치 크기의 실험용 투명망토도 공개했다. 물론 아직은 가시광선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UC 버클리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연구진도 이 같은 빛의 굴절 원리를 이용한 투명 물질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물질 역시 물체 주변의 광파(light wave)를 감싸 빛이 반사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금속박막의 그물망과 나노미터 굵기의 은선들로 만든 메타물질을 개발해 일반 물질에서 볼 수 없는 마이너스 굴절률을 실현했다. 이론상 빛을 물체의 뒤로 통과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영화 속 투명망토는 다소 먼훗날의 이야기다. 하지만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기술처럼 비행기 등 각종 전투장비의 은폐에는 머지않은 시일 내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속 상상의 나래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에 당신은 설레는가.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