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

[기자수첩]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나오는 문구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시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반도체·LCD장비업체와 부품업체들에 가장 와닿는 말이기도 하다. 올해를 이겨내지 못하면 더이상 회사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침체와 전방산업 부진이라는 그림자는 아직까지 걷힐 줄 모른다.

세계 제조의 중심 중국,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자리 잡은 둥관 일대를 돌아보면 텅텅 비어 있는 공장을 숱하게 목격할 수 있다. 주인은 온데간데없고 건물 형체만 남은 곳이 한둘이 아니다. 일례로 중국 현지 부품업체면서 미국 나스닥 상장까지 준비했던 ‘톈안’이라는 회사는 지난달 사장이 야반도주했다. 중국에서 야반도주는 큰 뉴스거리가 아닌 일상이 돼버렸다. 그나마 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형편이 양호하다. 아직까지 지쳐 포기하는 기업보다 힘겨운 산을 오르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LG이노텍 후이저우법인은 올해 목표를 ‘서바이벌 2009’로 세웠다. ‘올해는 무조건 살아남자’는 것이 미션이며 이를 위해 인풋을 50% 줄이거나, 아웃풋을 50% 늘리는 것을 실천한다. 자체적으로 생존법을 모색한 것이다. 세계 DVD 광픽업 1위 회사인 아이엠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발휘, 둥관 공장을 전진기지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아이엠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경쟁사들이 힘겨워할 때 몰아붙여야 먹을 수 있는 파이가 크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1997년 IMF 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2009년을 견딘 기업들은 훗날 더 강한 회사로 커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급류에 휩쓸린 회사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결국 기업 생존의 해법은 스스로가 쥐고 있다. 철저한 준비로 어려운 싸움을 이겨낸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결과는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둥관(중국)=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