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이익을 내는 게 지상 최대의 과제입니다. 경영자는 이를 위해 인적 자원을 포함해 모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쥐어짜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과연 실무자와 팀장이 상생경영이라는 말을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제아무리 경영자가 강조해도 현장에서는 딴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29일 만난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열풍처럼 번진 상생경영과 관련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상생경영이 대기업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의 배려나 고통 분담 식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 사장이 창업한 휴맥스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대기업 틈바구니를 뚫고 어엿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누구보다도 ‘을’ 기업의 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의 지적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작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풍토를 지적한 데는 공정한 게임이 가능한 시장과 경쟁 구조를 만들지 않고는 어떤 상생경영 방안도 공염불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고통 분담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만드는 게 더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인도와 동남아 지역 국가보다 국내 비즈니스가 더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상생경영의 본질은 ‘질서(규칙)’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주는 건 사실 기업이 아닌 정부다. 정책적인 관심과 배려 없이는 공정한 게임이 불가능하다. 기업 주도로 연례 행사처럼 벌이는 선언적 차원의 상생경영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시장에 정해진 규칙조차 불명확한 상황에서 무조건 “가진 자가 한발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식의 처방은 말 그대로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한마디로 대기업으로부터 상생경영하겠다는 다짐을 받는 일보다 계약서 문구 하나 더 따져 보는 게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강병준·생활산업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