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카메라모듈 지존 등극

삼성테크윈이 지난해 개발한 800만화소 카메라모듈.
삼성테크윈이 지난해 개발한 800만화소 카메라모듈.

삼성전기(대표 박종우)가 라이벌인 삼성테크윈(대표 오창석)을 누르고 명실상부한 국내 카메라모듈 ‘지존’ 자리에 올라섰다. 그동안 양사는 국내 카메라모듈을 대표하는 쌍두마차로 각기 다른 사업전략을 펼쳐왔다. 삼성전기는 물량과 매출에서, 삼성테크윈은 기술력에서 우위를 보이며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기가 기술력까지 추월하기 시작,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는 한편 800만화소 제품 세계 최초 양산 등으로 경쟁사인 삼성테크윈을 압도했다.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를 종합한 결과, 삼성전기의 지난해 카메라모듈 매출은 6000억∼6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면 삼성테크윈의 지난해 매출은 4500억∼4700억원 수준으로 삼성전기와 1500억원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양사의 2005년 카메라 모듈 매출은 3000억원 수준으로 비슷했다가, 2006·2007년에는 매출차이가 700억∼800억원 규모로 벌어졌다. 지난해는 매출격차가 두배로 커진 것이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에서 지난해 1분기 980억원을 벌어들였는데, 4분기에는 2000억원을 돌파하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는 500만화소 이상 프리미엄급 제품 매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방원 삼성전기 상무는 “지난해 초 삼성테크윈이 일부 고화소 제품 시장을 선점했지만, 그 후 삼성전기가 대부분의 히트모델에 제품을 공급했다”면서 “해외 스마트폰업체에 공급하는 물량도 크게 늘어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에서 양사를 비교해보면, 500만화소까지는 삼성테크윈의 제품 개발·출시가 빨랐다. 삼성테크윈은 2006년 9월 500만화소 카메라모듈을 개발한데 반해, 삼성전기는 2007년 1월에 개발했다. 하지만 800만화소에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삼성전기는 2007년 11월에 800만화소 제품을 개발했으며, 지난해 8월 양산을 시작했다. 반면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3월에 개발을 성공했으며, 4분기에 비로소 양산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개발·출시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광학줌, 픽셀 크기 등의 기술력이 더 중요하다”면서 여전히 삼성테크윈은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력, 부품, 제조경쟁력 등에서 삼성전기의 실력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개발 부문에서 SW·HW 우수인력을 보강한데다, 렌즈·액추에이터 등 핵심부품도 직접 만들어 경쟁력이 있다”면서 “부품 전문회사의 노하우와 시장대응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