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시대에 특화된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의 전망과 과제’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통법시대를 맞이하는 금융업계의 전략은 ‘특화된 부문에 집중’하는 것이다.
4일 금융산업 칸막이가 사라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이른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발효된다. 증권, 자산운용, 선물 등으로 구분하던 자본 시장이 통합되면서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금융사는 경쟁시대에 돌입한다. 각 업종을 관리하던 증권거래법·선물거래법·자산운용업법·신탁업법·종금법·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법·증권선물거래소법 등 7개 증권 관련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 자통법이기 때문이다.
자통법 시행으로 국내 증권사에는 ‘기회이자 위기의 시대’가 도래했다. 규제 칸막이가 줄어드는만큼 업종 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금융사들은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다양한 상품 출시와 IB 부문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다양한 상품 출시 위해 준비 한창=국내 증권사들은 자통법 시대를 맞이해 다양한 금융 상품을 쏟아낸다. 업종 간 칸막이가 사라지면서 자유로운 상품경쟁이 가능해졌다.
대우증권은 2년 전 트레이딩 사업부에 금융공학부, FICC파생부 등을 신설했다. 주식이나 채권뿐만 아니라 금리·외환·신용·일반상품 등과 연계한 신종 금융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지난 2007년 상품개발팀을 신설하고 IB의 명품 랩(wrap), 아트펀드, 와인펀드, 곡물지수연계 DLS 등을 지속 출시해왔다. 상품개발팀 인력을 충원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이와 함께 향후 340억원 규모의 IT 신시스템과 인프라 투자해 새로운 상품개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화증권은 선물업과 지급결제업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주가지수 등 주식관련 선물업 외의 금리·외환·상품 등 현재 선물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장내 파생상품 매매 및 중개업에 새로이 참여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 진출·IB 사업 가속화=다양한 금융 상품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증권사들은 해외시장에 눈을 뜨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수입해왔던 국내 금융사로서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역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07년 홍콩법인을 시작으로 중국·베트남·영국·미국에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4월 1일에는 기존 진출한 홍콩·베트남·영국·미국을 비롯해 진출 예정인 인도·브라질 등 해외 주요 거점에 리서치 조직을 강화했다. 글로벌 리서치 조직을 구축해 급성장하는 해외시장에서 다양한 투자기회를 엿보기 위한 포석이다.
기존 주식중개(브로커리지) 외에 IB 부문 투자를 위한 해외진출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 초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글로벌 사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럽의 로스 차일드와 제휴를 맺고 글로벌 시장의 M&A 기회를 엿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과 한국증권은 말레이시아의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에 나섰고 대우증권도 글로벌 얼라이언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신증권도 최근 2∼3년간 일본·중국·대만·베트남·캄보디아 5개 국가의 8개 금융기관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현지법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교보증권은 유망중소기업의 IPO 등 IB 부문 특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 보호 강화 한목소리=금융사는 투자자 보호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자 보호제도가 강화되는 자통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판매인력 전문화와 서비스 강화가 필수기 때문이다. 업계 측에서는 불완전판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9월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오픈하고 전담 조직을 확대해 대비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고객에 대한 투자권유절차 확립과 철저한 사후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펀드판매 후 고객에 대한 불완전판매 모니터링 시행 등 철저한 사후관리와 지속적인 직원교육을 하고 있다.
신보성 증권연구원 연구원은 “자통법에서는 투자자 보호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며 “금융상품이 복잡해지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시스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상품판매 단계별로 내부 칸막이를 만들어 안전장치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