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설계·감리업 `등록제 신설` 놓고 갈등

 정보통신분야의 설계 및 감리업종을 현행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법안이 국회심의를 앞두고 있다. 관련 엔지니어링업계는 불필요한 규제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등이 지난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한 정보통신공사기술관리법 제정안은 정보통신설계업 또는 감리업체는 방통위에 등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률안은 국회 관련소위에 계류돼 있으며 이르면 2월 임시 국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이 법안의 제출배경과 관련해 김영선 의원실은 기존 정보통신공사업법이 있지만 문자 그대로 공사를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어 설계와 감리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전반적인 관리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안제정을 주도하는 한국정보통신감리협회(회장 이정욱)는 기존 정보통신공사 감리제도가 부실하며 KT, SKT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이 규정을 무시하고 자체감리를 남발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보통신공사기술관리법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감리협회의 한 관계자는 “만약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자체감리가 합법화되면 감리시장의 60∼70%가 줄게 된다. 정보통신 설계 및 감리업종을 등록제로 바꿔서 방통위의 관리체제로 들어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최대의 엔지니어링 민간단체인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회장 문헌일)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행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에서 정보통신설계 및 감리업종을 신고제로 운영해왔는데 새로운 등록제도의 도입은 기업부담만 늘린다는 지적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두가지 법령에 의해서 엔지니어링진흥협회와 방통위에 이중등록을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것. 또한 신고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것은 관련시장에 진입장벽을 높여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지니어링진흥협회는 전국 3200여 회원사에 대해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공사기술관리법 제정안의 불합리성을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발등에 불은 또 떨어졌다. 지난 12월 한나라당 허천 의원이 발의한 ‘건설기술관리법’도 건설분야의 설계업을 신고제가 아닌 등록제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통신 외에 여타 산업군의 설계 및 감리까지 잇따라 등록제로 바뀔 경우 지난 35년간 관련산업을 주도해온 엔지니어링 진흥협회의 입지는 좁아진다.

문헌일 한국엔지니어링 진흥협회장은 “정부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으로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는 없다. 엔지니어링산업을 위해 정보통신공사기술관리법 제정안의 일부 내용은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