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역시 고수였다. 하지만 마음속 희비는 엇갈렸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석채 KT 사장·정만원 SK텔레콤 사장·박종응 LG데이콤 사장 등 통신업계 거물이 2일 서울지방경찰청 근처 한정식 집에서 가진 오찬 회동에 대한 관전평은 이렇다.
이날 4인의 회동은 이석채 사장과 정만원 사장이 새로 취임한 이후 가진 첫 공식 상견례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KT·KTF 합병’ 이라는 빅이슈를 앞두고 자칫 오해(?)를 불러 올 수있다는 부담 때문에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회동이 끝난 뒤 4인의 참석자들은 이구동성 ‘KT-KTF 합병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확인해 줬다. 1시간 30분가량의 오찬에서 주파수 재배치, 투자활성화, IPTV활성화 등에 대한 의견과 개인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하고 싶은 말 ‘뭔가’가 있었지만, 아무도 자신의 패를 보이지도 않았고 그래서 남의 패를 읽을 수도 없었다. 손에 땀을 쥐는 ‘포커 게임’이 진행된 셈이다.
오찬장 분위기는 밖으로 박장대소가 들릴 만큼 화기애애했다. 지금은 경쟁사업자 CEO 가운데 한 명으로 참석한 이석채 KT 사장의 정통부장관 시절 이야기가 즐겁게 오갔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오찬장의 박장대소는 마지막 ‘히든카드’를 확인하기에 앞서, 기대와 우려를 숨기고 호흡을 가다듬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 온다. 특히 참석자 모두가 박장대소로 포커페이스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 웃음 내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그 희비의 순간은 평소라면 너무나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안에서 물고 뜯지 말고 규모를 키워 세계로 나가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자”는 최시중 위원장의 발언 직후였을 것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니 불협화음을 피하자’로 해석될 수 있는 최 위원장의 이 말을 들은 통신 3사 CEO는 표정은 같지만, 속마음은 하늘과 땅 차이였을 테니 말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