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대학과 연구소 한편의 서류나 컴퓨터 속 파일로만 존재한다면 더 이상의 가치가 없다. 진정으로 좋은 기술은 기업가를 만나 사업화 과정을 거쳐 고용과 부를 창출하고 새로운 융·복합 기술을 낳는 일종의 생명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대학과 연구소가 보유한 우수기술을 발굴해 사업화를 추진하는 기술이전전담조직(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이 전국 테크노파크와 대학, 기업지원기관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이들 전국 TLO의 성공사례 및 활동상을 토대로 원천기술이 어떻게 사업화를 통해 가치 있는 기술로 탈바꿈하는지를 들여다봤다.<편집자주>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밀폐된 공간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빛과 같은 조명을 만끽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해가 뜨는 아침시간대에는 일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색감의 주황빛이, 낮 시간대에는 햇빛의 느낌을 살려 흰빛의 조명이 자동으로 켜진다. 해질 무렵엔 다시 주황빛이 감도는 조명으로 바뀐다.
조명전문업체인 룩스노바(대표 유희숙 www.luxnova.co.kr)가 ‘썬라이트(Sun Light)’라는 브랜드로 출시할 제품이다. 한국광기술원 반도체조명팀이 개발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원천기술을 상용화했다. TLO의 사업화 과정을 거쳤다.
“밀폐된 공간인 엘리베이터의 폐쇄 공포감을 없애고 쾌적한 느낌을 주기 위해선 엘리베이터의 내부 조명을 인체의 생체리듬에 최대한 맞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기훈 한국광기술원 반도체조명팀 선임연구원(40)의 말이다. 그는 LED 조명 전문업체인 럭스피아(대표 성석종)와 공동으로 지식경제부의 광산업기술력향상사업에 참여했다. 지난 2007년 8월 ‘실시간으로 색온도 제어 가능한 엘리베이터용 LED 조명제품 설계지원’ 기술 및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제어회로·제품디자인 등을 개발하는 데 산·연 양측에서 10여명의 전문인력이 꼬박 1년여간 공들여 완성한 성과물이다.
김 연구원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실시간으로 태양의 색온도와 LED 조명 제품의 색온도를 일치시키는 제어기술을 구현해 인간의 생체리듬을 왜곡시키지 않는 쾌적한 조명환경을 실현했다”면서 “정전 시에도 비상전원으로 구동되는데다 기존 조명장치를 교체하지 않고도 설치가 가능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해 기술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성공적으로 과제수행을 마치자, 광기술원 내 TLO 직원들이 사업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자체 LED산업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면밀히 시장 및 기술가치를 분석했다.
한국기술거래소 등이 주관하는 기술이전설명회에 참가해 기술사업화 희망기업을 찾아다녔다. 수차례 상담 및 설명회를 거친 끝에 6개월 만에 룩스노바와 기술이전 계약 및 협상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술개발 참여기업인 럭스피아는 주력제품인 LED패키지를 룩스노바에 공급하는 등 기업 간 상생 협력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한국광기술원은 룩스노바와 통상 실시권 계약으로 선급 기술료 외에 5년간 제품매출액의 3%를 수익으로 올릴 수 있게 됐다. 룩스노바는 올해 국내외 엘리베이터 회사에 납품을 본격화해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신철호 한국광기술원 기술사업팀장은 “시장성과 완성도가 높은 기술을 사업화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적극적으로 이전함으로써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하는 대표적인 산학연의 협력모델”이라면서 “한국광기술원의 기술 사업화가 지속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