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막연한 희망만 제시하는 기획재정부

[기자수첩] 막연한 희망만 제시하는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는 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공개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웬일인지 -4%라는 올해 전망치보다 내년 전망치를 더 강조했다. IMF가 내년에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4.2%로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내용이다. 반등폭이 무려 8.2%포인트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설명도 보도자료에 담았다.

이날 오후에는 스트라우스 칸 IMF 총재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다소 놀라운 수치라는 점을 이해하며 다만, 한국이 가장 빨리 회복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발언했다는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국민에게 ‘내년에는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고픈 재정부 의도야 이해하지만 좀 심했다. 재정부의 그간 빗나간 전망에 대해 한마디 반성이나 설명조차 없다.

재정부가 배포한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4%는 발표된 국가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내년 4.2% 성장률은 올해 -4% 성장률을 감안하면 2008년 수준을 회복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골이 워낙 깊다 보니 산이 높아 보일 뿐이다. 이른바 ‘본전치기’다.

국민들은 내년 살림이 아니라 당장 발등의 불인 올해 살림살이를 궁금해한다. 정부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데 내년 전망치를 곧이 믿을 사람은 없다. 국민은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밀어붙였던 이른바 ‘747’ 공약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지난해 전망이 줄줄이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단지 ‘예상하지 못한 글로벌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남의 탓만 하며 유야무야 지나갔다.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데이터로 국민을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막연한 희망만 제시하지 말고 냉철한 현실인식과 분석, 대책이 필요한 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