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약 5년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가공) 사업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세계 유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업체인 미국 자일링스의 새로운 파운드리 파트너로 선정됐다. 자일링스는 FPGA 글로벌 리더로서 전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일링스의 FPGA를 시스템 LSI 전용 기지인 ‘S라인(300㎜)에서 45나노 공정으로 수탁 생산하기로 계약, 제품 생산 준비 단계에 있다고 3일 밝혔다. 자일링스는 파운드리 업계 2위인 대만 UMC와 주로 거래해왔으나 파운드리 거래처를 지난해 말 삼성전자로 확대했다.
서병훈 삼성전자 파운드리 개발사업팀장(상무)은 “자일링스의 고성능 FPGA 제품에 적합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제조능력,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한다. 하이닉스는 CIS(CMOS 이미지센서)는 물론이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마이크로 컨트롤러 등 시스템 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안수민·서동규기자 smahn@etnews.co.kr
<뉴스의 눈>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양대 반도체기업이 파운드리 사업을 정조준했다. 이들은 시스템반도체·메모리반도체 등의 설계·개발·생산에만 매달려왔으나 올해부터 파운드리 사업도 적극 전개,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할 전망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TSMC·UMC·SMIC·차터드 등 중화권 기업과 전면 승부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태도변화는 반도체 경기가 2년째 불황을 겪으면서 라인 가동률이 떨어져 이를 보완하는 대체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00㎜ 팹을 짓는 데 3조5000억원이 소요되는 등 수조원대의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라인 가동률 저하는 곧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선진 반도체기업은 투자 부담을 덜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팹을 짓기보다는 아웃소싱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파운드리 세계 시장은 2010년 279억달러로 올해 대비 15.1%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삼성·하이닉스의 새로운 매출처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의 자일링스 파운드리 수주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의 청신호다. 2006년 퀄컴에 90나노제품 공급을 시작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지만 2007년 파운드리 매출이 3억9000만달러(1.8 %)에 그쳐 동부하이텍(2.2 %)에 뒤지는 등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자일링스 제휴로 초기 샘플링 단계를 넘어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한다면 삼성은 중요한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40∼20나노 공정 투자를 자일링스로부터 보장받게 됐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 ‘S라인’은 물론이고 200㎜ 라인인 ‘10라인’과 ‘8라인’을 적극 활용,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첨단 공정기술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신규 대형 거래처를 지속적으로 추가 발굴해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한다”며 “IBM 등 커먼 플랫폼 업체와 32·22나노 공정 개발 또한 지속적으로 협력해 차세대 공정 기술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도 ‘M8라인’을 앞세워 파운드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이닉스는 실리콘화일·피델릭스 등의 아웃소싱 물량을 올해 본격 양산한다. 특히 대만 업체에 비해 월등한 원가경쟁력과 신속한 납기 능력을 토대로 파운드리 시장 개척에 나선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CIS·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특화된 시스템반도체에 대해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고자 반도체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까지 주요 거래처를 확보하게 되면 파운드리 시장에 ‘코리아 돌풍’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안수민·설성인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