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그동안 만들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상품들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그 기능이 복잡해 제품을 비교 평가하기가 어렵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 요인이 간단하지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반도체 칩을 새로 만들었는데 경쟁 제품보다 못하지 않은 성능에, 가격이 싸다면, 후발 주자라고 해도 시장을 파고들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보다는 복잡하지만 TV도 제품의 비교 평가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SW 상품을 비교하는 것은 훨씬 어려워서 주관적이기 쉽다. 그래서 시장 분석가들의 입김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크다.
SW 시장에서는 상품이나 회사 브랜드가 구매 결정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상품 브랜드를 형성하는 데는 초기 시장 진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SW 분야에서는 우리에게 기회가 거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발 주자인 한국의 어떤 SW 회사가 만든 새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서 파는 것은 반도체나 TV보다 훨씬 어렵다.
SW 상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아직 제대로 시장이 형성이 안 된 분야에서 찾아야만 한다. 글로벌 SW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나, 국내 어느 기업의 브랜드도 아직 구매자의 의구심을 떨쳐낼 만큼 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글로벌 벤더나 파트너와의 협력이 그래서 중요하다. 브랜드가 구매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때까지 더 꾸준한 마케팅 활동은 필수적이다.
처음 나간 트레이드 쇼에서 수출 계약을 했다니 하는 신화를 기대하거나, 몇 번 가 보고 성과가 없다고 돌아선다면 아직 SW시장을 잘 모르는 것이다. 지속적 마케팅 활동으로 시장의 신뢰를 쌓아야 공략할 수 있는 게 SW 시장이다. 우리는 그동안 제조업에서 성공해온 방식에 너무 길들여져 있을 뿐이지 SW에 재능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들이 계열사 정보시스템을 개발 운용하는 SW 회사를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SW 사업에서 제조업에서의 성공을 능가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SW 산업의 여러 사업 모델 중에 가장 부가가치가 큰 것은 역시 SW를 상품으로 여러 불특정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다. 이 방면으로는 제대로 시도도 해 보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여러 중소기업은 여기에 도전하고 있다. 다만 아직 성공스토리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나 대기업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W 산업을 살리려면 글로벌 회사를 키워야 한다. 제조업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스타가 됐듯이 SW에서도 그런 기업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과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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