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테크] 전자 알약](https://img.etnews.com/photonews/0902/090204044819_1883388563_b.jpg)
“아스피린 두 알 드시고요, 내일 아침에 전화주세요.”
평범한 의사 처방이다. 그런데 언젠가 의사 처방 멘트가 이렇게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 약을 드십시오. 이 약이 알아서 우리에게 전화할 것입니다(Take this pill, and it will call me in the morning).”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있는 필립스전자 산하의 필립스리서치에선 신기한 약을 개발 중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인체 내 치료가 필요한 부위를 찾아 약 성분을 투여하는 똑똑한 알약 ‘아이필(iPill)’의 견본품(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특히, 이 전자 알약은 인체를 돌아다니면서 의사와 교신한다. 안테나도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필립스와 이 전자 알약을 공동 연구 중인 네덜란드 헤를렌시의 위장장애전문가인 페터 반 데 샤르 박사는 “이 약은 대장염 등 각종 소화 기관 장애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 알약을 동물에 투여해 효과를 지켜보고 있다. 아이필이란 이름은 ‘지능형 알약(Intelligent Pill)’의 줄임말이다.
아이필의 복용 절차는 일반 약과 똑같다. 음식이나 물과 삼키면 소화기관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24간 이내에 지정한 특정 위치에서 약을 투여한다.
특정 부위에 전자 알약을 쓰는 것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일단 약 복용량을 크게 줄여도 된다. 보통 약을 먹으면 혈액을 타고 성분이 흡수되도록 하기 때문에 유실되는 양까지 고려하면 전체 투여량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작용도 적다. 샤르 박사는 “적은 부작용, 높은 치료 효과(fewer side effects, higher therapeutic value)”로 전자 알약의 장점을 요약했다.
아이필은 보통 비타민제 크기다. 캡슐의 3분의 1은 약 성분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마이크로프로세서·배터리·안테나 등 극소형화한 전자부품이다. 아이필은 인체에 들어가면, 센서로 산성도를 측정해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 치료약을 공급한다. 산성도를 나타내는 pH 수치는 위장에서는 매우 높지만 대장, 결장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이 알약에는 모터와 주사 등으로 구성된 펌프가 달려 있다. 펌프질이 이뤄지면 캡슐이 열리고 약 성분이 나온다. 또 은산화배터리는 약 48시간 지속 가능하기 때문에 알약은 2번 이상 신체를 돌아다닐 시간을 벌게 된다. 아이필은 또, 체온이나 약이 흡수되는 데 걸린 시간 등 각종 데이터를 외부 기지국에 보낸다. 이 데이터는 의사가 볼 수 있다.
영국 루딩턴에 있는 파마슈티컬 프로파일도 전자 알약을 개발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인체 시험에도 들어갔다. 약, 안테나, 전자부품 등을 결합한 3500개의 캡슐을 자원한 피시험자에게 투여했다. 마크 에거턴 박사는 “앞으로 전자 알약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