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빈민층을 대상으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구호단체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의 창설자 밀러드 풀러가 3일 타계했다. 향년 74세.
풀러는 가슴과 머리의 통증을 호소한 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전 3시께 사망했다고 그의 아내인 린다 풀러가 밝혔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풀러 부부가 공동으로 창설한 해비타트는 지난 30여년 간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과 기부를 통해 전세계 150만여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30여만 채의 집을 지어준 세계적인 구호단체다. 풀러는 사업을 벌여 30세의 젊은 나이에 백만 장자가 됐지만, 돈만 추구하는 삶에 환멸을 느낀 그의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그간의 삶을 반성하고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1976년 전 재산을 팔아 해비타트를 창설했다.
풀러는 이 활동을 통해 집짓기 운동의 세계적 선도자로 자리매김 했으며, 지난 1996년에는 미국에서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상했다.
그는 2005년 여성 부하직원을 성추행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물러난 이후에도 ‘풀러 집짓기 센터’라는 단체를 따로 창설해 사랑의 집짓기 활동을 계속해왔다. 그가 죽기 전까지 14년간 그의 연봉은 단 1만5000달러였고, 그의 아내는 지난 10년간 무보수로 계속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비타트에서 오랜 기간 봉사 활동을 해왔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풀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성명서를 발표, “그는 내가 만났던 가장 특별한 사람들 중의 한 명”이라며 “자신의 사업가적 재능을 전세계 빈민들에게 선사할 멋진 집을 짓기 위해 활용했던 그는 내게 큰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