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교습서에 나오기는 하는데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드라이버 샷을 할 때 채찍(bull whip)을 휘두르듯 하라는 말이다. 이 한마디가 드라이버 거리를 20∼30m 더 나가게 하는 비밀의 주문이다.
평상시에 채찍을 휘둘러본 적이 없으니 감을 잡을 도리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말을 조금 바꿔서 이소룡의 쌍절곤을 휘두르는 감과 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쌍절곤은 1970년대 초반 ‘정무문’이라는 영화에 이소룡이 들고 나와 유행을 불러일으켰고 아마 40대 후반, 50대 초반 독자들은 중·고교 다니던 시절 책가방에 숨겨가지고 다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쌍절곤은 두 개의 막대기를 노끈이나 체인으로 연결한 흉기다. 이것으로 최대의 타격을 가하려면 손목에 스냅을 주면서 때려야 노끈에 연결된 다른 하나의 막대기로 최대의 타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스냅을 준다는 뜻은 가속을 한 다음 손을 급격하게 멈추는 것이다.
쌍절곤을 휘두를 때 만들어진 모멘텀이 손목을 멈추는 순간 노끈에 연결된 막대기로 전달돼 원래 속도의 두 배로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물리학적으로는 모멘텀:M1V1=M2V2므로 모멘텀의 총량은 동일하지만 움직이는 것은 한쪽 막대기뿐이므로 무게가 절반이 돼서 움직이는 막대기의 속도는 두 배가 된다). 속도가 두 배가 되면 타격 에너지는 그 제곱인 네 배가 된다(E=1/2mv2).
골프의 다운 스윙도 쌍절곤과 똑같은 물리적인 구조로 돼 있다. 몸통과 팔이 한 덩어리고 손목이라는 노끈에 연결된 드라이버가 쌍절곤의 앞쪽 막대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드라이버 헤드가 최고 속도를 내려면 다운 스윙에서 만들어진 모멘텀(움직이는 신체 부분의 무게×다운 스윙 속도)의 100%를 드라이버로 넘겨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쌍절곤에서 스냅을 주듯이 우리 몸이 어느 순간에 멈춰지면서 손목에 매달린 드라이버로 모멘텀을 넘겨줘야 한다.
움직이는 몸을 갑자기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직진 속도를 0으로 만들기 위해 왼쪽 무릎을 쭉 펴고 왼쪽 어깨를 위로 들어올리면서 왼쪽에 벽을 느끼는 것이다.
다운 스윙에 동원되는 허벅지·히프·등 근육의 무게는 16㎏ 정도고, 드라이버의 무게는 300g 정도니 쌍절곤을 때릴 때처럼 스냅이 제대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신체의 이동 속도에 비해 약 50배의 속도가 헤드에 가해질 수 있다.
결국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려면 골프 교습서에 나오는 방법 중 “왼쪽에 벽을 느껴라” “스윙은 채찍을 휘두르듯 하라”는 두 가지가 물리학적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확실히 21세기는 머리를 쓰지 않으면 골프도 제대로 칠 수 없는 시대가 됐다.